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는다. 그만큼 노동계가 불리한 처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6천70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5천210원에 비해 28.6% 인상된 금액이다. 노동계는 이마저도 매우 부족하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42.9%가 평균시급 6천524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계는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으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것은 갈수록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이를 위한 마지막 보루다.

최저임금위,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의지 보여야 

김현중
철도산업노조 위원장

올해 최저임금은 5천210원, 한 달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직장인들 한 끼 밥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돼 버린 청소노동자들은 10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소득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리는 데 인색하다.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매우 중요하다. 인상 폭을 최대한 끌어올려 조합원들이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협상은 상대가 있는 싸움이라 녹록지 않다. 특히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하고 있어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길 기대한다.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 

우문숙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사업본부 국장

민주노총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요구안의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서울시 구로·금천구), 반월·시화공단(경기도 안산·시흥시), 성서공단(대구시 달서구), 녹산공단(부산시 강서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시급 6천700원을 요구안으로 산출했다. 이번 조사에서 시간당 임금 6천524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무려 42.9%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추정하는 저임금 노동자(24.7%)에 비해 무려 18.2%포인트나 높다. 공단지역에 저임금 노동자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고졸 이하·청년 및 고령 노동자·단순생산직·비정규 노동자의 경우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노동을 해도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노동자가 전체 응답의 58.3%를 차지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심각한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에 저임금계층이 가장 많고, 멕시코 다음으로 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통계다. 800만명의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노동착취를 예방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가 되려 저임금층 확대를 초래하게 된다. 중소영세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자신들이 결정하는 최저임금이 천만 노동자의 생존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통상임금 등 인건비 상승요인 커 최저임금 인상 어렵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올해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됐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소득분배율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심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러한 요청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의지가 분명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은 올해 만만치 않은 인건비 인상 부담을 안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정년연장 등으로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근로시간단축 논의가 임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근로시간단축이 결정되면 임금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기업 전반의 현실, 그리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기상황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전폭적인 인상은 어렵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기업들의 이 같은 애로사항이 충분히 반영됐으면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생활임금도 문제다. 개념이 모호하고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충돌한다. 어떤 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민간기업은 최저임금도 겨우겨우 맞춰서 지급하는데 공공기관이 그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한다면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논의서 미조직 노동자 목소리 담아야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

최저임금은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업체 노동자에게는 기준임금이 된다. 중요한 만큼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현재 수준이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일거에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에 다다를 수 없다면 의미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안에 50%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직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 여성·청년·비정규직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직노동이 대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10% 조직률로 온전히 대표할 수 없다는 문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듯이 노동계가 뛰쳐나오고 반쪽짜리로 결정하는 관행을 벗어나려면 최저임금위원회의 법적 지위나 운영 방식도 개선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통상임금이 쟁점이 될 텐데, 미조직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임금인 최저임금에 통상임금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요새 생활임금 논쟁이 뜨겁다. 최저임금의 한계 때문에 생활임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에 근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년·여성·청년 최저임금 당사자 교섭위원으로 참여해야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노동자 임금이 오르는 것에 인색하며 경제가 망할 것처럼 펄쩍 뛴다. 내년 최저임금 역시 지난해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률(7.2%)과 비슷한 폭의 인상을 보일 것 같다.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하반기 '청년 임금인상 요구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 희망 최저임금은 시급 7천489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하면 108만원이다. 100만원을 겨우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또 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딱 최저임금만큼 주고 있다. 최저임금이 마치 청년노동에서 최고임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 상황도 어렵겠지만, 청년이 적어도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청년과 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의 가치가 5천210원만큼의 가치는 아니지 않나.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인상의 합리적 기준이 최저임금 당사자의 삶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에 근거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마다 경영위원의 동결 선언으로 중단됐다가 마지막에 파행을 거쳐 인상액이 결정돼 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반복되는 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노년·여성·청년과 같은 최저임금의 당사자가 직접 최저임금의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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