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 중단 조건으로 마련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위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철도소위가 채택한 활동결과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물 건너간' 철도 민영화 방지 법제화=철도소위 활동결과 보고서를 보면 철도소위 구성 목적이었던 수서발 KTX 민간매각 방지 법제화는 여야 이견으로 끝내 무산됐다. 야당은 "민간매각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과 여당 추천 정책자문위원들은 "민간사업자 운영금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반하고, 이미 면허조건이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정관에 민간매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반대했다.

한미FTA를 비롯한 각종 통상조약으로 국내 공공서비스 분야 개방과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도 묵살됐다. 철도소위 보고서에는 "수서발 고속철도는 흑자가 예상되는 노선으로서 공공부문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어떤 형태로든 공공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민간매각을 방지하는 장치를 확고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나 마나 한 얘기'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 해고(130명)·손해배상 청구(172억원)·가압류(116억원)·강제전출 등으로 악화된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아무런 중재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는 권고조차 없었다. 다만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이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진행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을 참고의견으로 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철도 파업 관련 징계 최소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노조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경영개선방안에 대해 철도소위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철도운임과 요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권고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철도노조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평가도 없이 철도운임과 요금인상을 제안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익 차원의 적자노선 운영과 PSO(공익서비스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자구적인 개선노력을 전제로 예산당국과 협의해 확대한다"는 정도로 은근슬쩍 넘어갔다.

◇실망만 남긴 철도소위 105일=이 같은 결과는 올해 1월 철도소위를 구성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소위 정책자문협의체는 구성 초기부터 논란거리였다. 여당 추천 위원 대부분이 철도 민영화를 지지하는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 위원으로 정책자문협의체에 참여한 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은 "철도 민영화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기구의 정책자문위원으로 민영화 찬성론자들을 추천한 것부터가 난센스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05일간의 철도소위 활동 기간 중 공청회나 청문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노조가 배제된 채 국토부와 철도공사의 일방적 변명을 듣기만 하는 수준에서 철도소위가 마무리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며 "밀실에서 그들만의 논의로 끝났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정부 정책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공개적인 토론회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사회적 논의의 결과로 인정할 수는 없다"며 "이달 28일 자체 공개토론회를 열어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