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정차웅ㆍ권오천ㆍ임경빈 학생 등 3명의 시신이 안치된 고려대안산병원 장례식장 뒷문에 17일 근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기훈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오늘 공장이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자녀가 그 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먹먹한 마음에 TV만 봤네요. 이렇게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노동계가 큰 슬픔에 빠졌다. 경기도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규직 1명과 비정규직 2명 등 3명의 노동자 자녀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태양금속도 그중 하나다. 송병천 태양금속노조 위원장은 17일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고 했다.

한국노총 안산지부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9개 노조 14명의 노동자 자녀가 실종됐거나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조합원 3명의 자녀가 피해를 입은 경기자동차노조 경원여객지부는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노총 안산지부는 이달 25일로 예정된 노동절 행사를 취소하고 구조작업과 희생자 추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에도 비보가 이어졌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지회·기아차지부 화성지회·인천지부·한국TRW자동차부품지회에서 조합원 자녀 4명이 피해를 당했다. 다행히 금속노조 신흥분회장의 자녀는 구조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단원고 교사 14명이 사망·실종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교조는 이날부터 예정된 '시간제 교사 도입 철회를 위한 철야농성'을 취소하고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이날 오후 7시께 안산 중앙역 앞에서 애도와 기적을 바라는 촛불모임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이날 노동계는 투쟁을 미루거나 멈추고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민주노총은 18일과 19일로 예정된 집회를 모두 취소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한 공노총도 "애도가 먼저"라며 일정을 연기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16일 임이자 부위원장을 현장에 보낸 한국노총은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선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 해상노련은 "세월호를 운항하는 청해진해운에는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아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규제완화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혹여나 세월호 선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