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근로시간단축이 논의되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고 고용노동부는 몇 년 전부터 입법 추진의사를 밝혀 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산하에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노사정소위)를 구성하고 합의안을 모색해서 필요하면 입법하겠다고 한다. 최근 노사정소위는 공청회를 열고 집중협상을 벌여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할 안을 마련하겠다고 바쁘다. 노사정소위는 지난 7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영배 경총 회장 직무대행,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대표자회의를 하고, 9일 근로시간단축 입법을 위한 공청회를 했다. 11일 국회 환노위 위원장실에서 신계륜 환노위원장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성태·이종훈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집중협상을 하고, 14일 다시 제4차 대표자회의를 열고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며 17일에 제5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근로시간단축에 관해서 노사정 합의가 급박하게 시도되고 있다. 노사정소위에서 합의안이 마련되면 환노위 입법안으로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지금 대단히 보람찬 시간을 노사정 대표들과 국회의원들은 바쁘게 보내고 있는 셈이다.

2.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합의를 이뤘지만 시행시기와 특별연장근로 허용 상한선 등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서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열린 노사정소위에 관해서 언론은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법으로 정하겠다고 노사정소위는 그 시행시기와 특별연장근로 허용 상한선 등을 두고서 절충하고 있다는 거다. 계속해서 언론은 이날 노사정소위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여야와 노사정은 이날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의제들에 대한 '패키지 딜(일괄 처리)'을 하기로 해 최종 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임금 법·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준하는 수준으로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시간단축과 통상임금 제도 개선이 노사정소위에서 패키지로 협의되고 있다는 거다. 2014년 4월 대한민국에서 근로시간단축은 이렇게 국회에서 노사정 대표들의 노사정소위를 중심으로 패키지로 절충되고 있다.

3.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다.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50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국가 대한민국이 근로시간의 최대한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창립 당시 제1호 협약으로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협약’이고 여기서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정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 노동제를 대한민국에서 도입했다.(제42조 제1항) 즉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어 현행 근로기준법이 이같이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것과는 “기준으로 한다”고 그 표현을 달리 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제정 근로기준법은 단서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고(제42조 제1항 단서),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제53조 제1항). 대한민국에서 법을 제정할 때면 모방해 왔던 일본의 법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보자. 일본 노동기준법은 사용자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해서 노동을 시켜서는 안 되고,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일에 8시간을 초과해서 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제32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일본 노동기준법은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제119조 제1호) 국가가 법으로 최대 근로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이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시간외근로를 시키려면 과반수 종업원을 조직하는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종업원을 대표하는 자와의 서면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근로기준감독서에 신고해야 하며(제36조), 시간외근로 등에 대해서는 25%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제37조). 이번에는 독일 법을 보자. 독일 노동시간법은 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제3조) 노동시간법은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제22조 제1호), 이를 고의로 범해서 근로자의 건강을 해하는 경우나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제23조 제1항). 독일에서의 법정근로시간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법은 일본, 독일의 법과 다르게 법정근로시간을 규율하고 있지 않다. 그 근로시간이 일본과 동일하게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인 독일과 다를 뿐이다. 모두가 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시키는 경우 국가가 형벌까지 동원해서 규제하는 법규정을 두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해서 근로시켜서는 안 된다고 법이 정한 근로시간, 즉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법정근로시간은 명백히 법정근로시간으로 해석돼야 한다. 법정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계약 등으로 정하는 근로시간의 최대한도를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겠다고 정한 근로시간제도다.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국가가 정한 최대 근로시간의 한도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렇게 근로기준법 제50조가 법정근로시간이라고 분명히 인식한다면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까지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3조는 근로시간에 관해 근로계약 등으로 정하는 일반적인 노사 당사자 간의 합의와는 전혀 다른 합의로 이해돼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아무런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갖지 못하는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 무의미한 규정이 되고 만다면 법정근로시간에서 예외조항이라 할 제53조가 일반조항인 제50조를 폐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이 법정근로시간 제도에도 세계 최장수준의 근로시간을 기록해 온 이유다. 그러고서도 대한민국에서 노동법교과서는 이런 것을 법정근로시간이라고 엉터리로 해설해 왔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법원은 이런 것을 법정근로시간이라고 엉터리로 판결해 왔다. 다시 말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는 법정근로시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의 법과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그걸 법정근로시간으로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노동법교과서와 판결이 있었다. 결국 대한민국은 노동법을 말하는 학자와 판사가 그들 나라와 달랐다. 도대체 어째서 오늘까지도 이 나라에서는 이런 것이 나 홀로 주장이 되고 마는 것인지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입법추진에 관한 논의를 보고서 나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4. 휴일근로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1주간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고 단지 시행시기와 특별연장근로 허용 상한선 등의 절충을 두고서 노사정소위는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단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50조가 법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음에도 이 나라에서는 어처구니없게도 그 예외조항인 제53조로 법정근로시간을 파악하다보니 급기야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고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래서 그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변경해 내겠다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내겠다고, 대한민국의 법정근로시간을 1주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시키겠다고 노사정 대표들은 머리를 맞대고서 입법안을 치열하게 절충하고 있단다. 더구나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한 정기상여금까지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면서 패키지로 딜 해서 뭔가 노동자권리를 양보해서 입법추진을 할 형국이다. 어제는 법정근로시간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엉터리 법 해석이 노동자를 법정근로시간으로 보호해 주지 못했고, 오늘은 그 엉터리 해석을 전제로 노동자권리를 두고서 패키지로 절충한다고 노사정 대표들의 논의로 야단이고, 내일은 자칫 오늘의 엉터리 논의가 1주간 52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국가가 법정근로시간을 공인해서 약 100년 전에 마련된 1919년 ILO 제1호 협약을 비웃는 세계 최장의 노동제 나라에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살게 되지 않을지 노동자권리와 노동법 타령하는 나는 두렵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논의에 부쳐 말하겠다. 대한민국에서 법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이미 정하고 있다.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1항).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2항)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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