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은 평생 무기계약직만 하라는 소리잖아요. 정부가 이렇게 신분사회를 조장해도 되는 겁니까."

김성열 울산항만공사노조 위원장은 며칠 전 해양수산부 감사관실에서 내려온 공문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각 기관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등급승진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울산항만공사 노사는 2012년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일반사무직 직원의 퇴직으로 결원이 발생할 경우 무기계약직 직원을 대상으로 별도 절차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했고, 2명의 등급을 올렸다. 그러자 해수부는 지난해 하반기 감사를 통해 공사의 이 같은 합의를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이달 3일 인천항만공사·부산항만공사·선박안전기술공단 등 14개 산하공공기관장에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및 등급승진 금지 등 협조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다.

10일 공공노련에 따르면 해수부는 공문을 통해 "최근 일부 기관에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변칙 전환하거나 등급을 승진시키려는 정황이 있다"며 "무기계약직은 채용절차가 상대적으로 쉽고 정원외 관리대상 직원이므로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등급승진이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해수부는 "무기계약직은 사무보조·비서·차량운전·홍보·성과관리 등 반드시 일반직이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관리적·서비스적 성격이 강한 특정 분야 업무수행을 위해 채용한 직원"이라며 "등급승진보다는 호봉승급·급여인상 등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지침"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열 위원장은 "무기계약직이라도 일만 잘하면 승급을 시키거나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경호 공공노련 사무처장은 "정부는 월급 올려 주고 고용안정만 해 주면 그만이라는 건데, 동기부여도 중요한 것 아니냐"며 "무기계약직은 평생 무기계약직만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공공노련은 "해수부의 지시는 비정규직 직원의 처우를 규정하고 있는 해당 기관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무력화하는 불법적 행태이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위반"이라며 관련 지침의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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