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주활동무대였던 영업촵판촉직에 '여풍(女風)'이 점차 거세지고있다.

자동차, 보험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제약, 증권투자 상담, 부동산 판촉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점차 남성들의 영역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있다.

특히 여성특유의 꼼꼼함이나 신중한 성격을 최대한 활용해 오히려 남성들을 앞지르는 영업수완을 발휘하는가 하면 고객들도 여성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앞으로도 여성 영업사원들의 '치맛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제약기업인 한국화이자의 영업부에 근무하는 김미영(30)씨는 이화여대 약대를 나온 약사지만 연구원이나 약국 개업의 미련을 버리고 과감히 영업직에 뛰어들었다.

활동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김씨는 "영업사원 가운데 남성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고객들을 찾아가면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게 큰 이점"이라며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활달한 성격에도 맞아 영업에 젊음을 걸고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화이자는 남녀의 구분 없이 능력위주의 사업을 펼친다는 회사분위기로 영업직 전체사원 200명 가운데 여성사원이 25명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영업촵교육실적에서 여성들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어 여성인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여성투자상담사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여성투자상담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요즘에는어느 증권사 객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투자상담사 인증시험을 보면 전체 합격자 4,300여명 가운데 여성이1,300여명에 달해 지난해 20%에 머물렀던 합격률이 30%로 껑충 뛰어올랐다.

굿모닝증권에서 투자상담사로 있는 노미애(37) 수원지점 차장은 "후배여성상담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여성 투자상담사라는 직업이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을 상대해야 하므로힘든 점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꼼꼼한 성격에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통계상 남성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택이나 사무실 임대촵분양 판촉을 하는 부동산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의 경우 현재 44명의 여성영업사원들이 어드바이저(Adviser)로서 주택촵분양 상담이나 판매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2명에 비하면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삼성물산측은 "주부들의 관점에서 상담해서 그런지 남성들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 부동산시장 변화에 따라 더욱 늘려갈 방침"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들이 영업활동을 하는 데 우리사회는 그다지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결혼문제는 여성 영업사원들에게도 여전히 높은 벽이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최근 자동차 판매영업직을 그만둔 강모(27)씨는"영업은 특성상 고객에게 자주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면 가정과 일을 함께 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영업직이 내 성격에도 맞고좋지만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뒀다"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박용균 한국화이자 인력개발부 차장은 "영업을 하는 여성들은 일반 남성들보다 승부근성이나 성실함이 앞서 실적이 좋지만 결혼 후 퇴사 또는 내근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여성들이 좀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의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