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찬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함께)

최근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이 뜨겁다. 파업 80여일을 넘긴 중앙대를 비롯해 지난달에는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환경미화·경비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필자가 속한 경산지역 5개 대학 환경미화원 파업투쟁이 벌어졌다.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과 노동조건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러한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근로환경이 조금씩 나아지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용역업체를 통한 외주 방식의 고용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산지역 대학 용역업체를 고발한다

최근 경산지역 대학에서 진행 중인 파업현장의 용역업체와 대학당국을 고발하고자 한다. 해당 대학에는 본관과 생활관의 시설을 관리하는 용역업체가 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주로 기술이나 자격을 요하는 직종으로, 급여수준이나 노동조건이 환경미화 노동자들보다 다소 나은 편이다. 연령이 높은 남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24시간 연속근무를 하면서 회사로부터 근로계약서는 물론 급여명세서를 단 한 번도 받은 사실이 없었다.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어떠한 수준인지 알지 못한 채 일했다. 지난해 경산지역 5개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입어 같은해 12월 소속 노동자 17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가입 후 이들의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을 살펴보니 완전히 ‘비리백화점’이었다. 정확한 노동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감시·단속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임금을 지급했고 각종 추가근무수당도 누락했다. 만 60세 이상자에게도 국민연금을 징수해 횡령했다. 건강보험을 다른 회사 소속으로 부과하기도 했으며 원천징수한 갑근세를 낸 사실도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소속 노동자들에게 급여명세서를 내놓기가 겁이 났을 것이다.

원청인 대학은 ‘나 몰라라’ 일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을 요구했는데, 사측이 교섭개시 절차조차 이행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의 도움으로 교섭을 시작했다. 교섭 당일에는 사장의 아들이 참석하더니 이후 교섭에는 불참으로 일관했다.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는 기본이었다.

현재 노조는 파업 중에 있다. 노조는 대학측에 해당업체와의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용역업체의 비위행위가 드러났고, 용역업체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는 만큼 계약해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수차례에 걸쳐 주장했다.

그런데 대학당국은 계약해지 사유가 불명확하다고 한다. 아마도 계약해지를 할 경우 용역업체의 소송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오는 10월이면 용역기간이 만료되니 그때까지 버티려는 눈치다.

그러면서 노조에게는 보다 명확한 계약해지 사유를 가져오라고 한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에 관한 다툼이 최종 판정을 받으려면 짧게는 2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근로계약 만료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비정규직법의 그늘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은 죽도록 싸우다가 계약기간 만료로 사라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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