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당·자민련·민국당 3당이 모성보호법 개정안을 최소한 2년 연기하기로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여성계의 오랜 염원이 또 한번 경제논리에 굴복하는 결과를낳을 것으로 보인다.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 연석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의 이해찬 정책위의장은“모성보호법 시행시기를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뒤에 시행하도록 경과규정을두기로 했다”고 밝혔고, 자민련의 이완구 원내총무는 “최소한 2년”이라고유예시기를 못박았다.

자민련은 유예시기 2년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육아휴직때 임금의 30%를 지급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모성보호법 개정안 자체에손을 댈 태세여서 이날의 3당 `합의안'은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희 의원이 “현재고용보험에서 지출하기로 돼 있는 모성보호비용을 2005년부터 국민건강보험에서부담하도록 하자”고 주장하며 법안처리에 반대하다, 최근에는 소수의견을 붙여통과해도 좋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에 계류중인모성보호법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고 2003년 7월이나 돼서야 시행에 들어갈것으로 보인다. 모성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법률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은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자,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3당 모두의 공약사항이었다.

`여성노동법 개정 연대회의'와 민주당, 한나라당이 일찍이 법안을 제출했고,지난해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몇달째 본회의에는 상정조차못되다가 이번 임시국회에서야 비로소 상정됐다. 이미 올해 예산을 배정할 때일반회계에서 150억원, 고용보험에서 150억원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자민련쪽에서 출산휴가를 12주로 하고 대신 생리휴가제를 폐지하자는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법안의 변질이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 재계는 지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모성보호법이 도입되면 연간 8500억원의 기업부담이 늘어나경제회생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노동부도 23일“모성보호사업 예산을 고용보험에서 부담하게 되면 2003년부터는 지출이 수입을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위기론'을 거들어 모성보호법 개정을 약속했던 민주당의입지를 흔들었다.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평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46%에 그치는 현재상황에서 모성보호법이 통과되면 여성노동력을 끌어들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보면 그도 당장의비용을 생각해 장기적인 효율성을 따져 볼 여력이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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