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자는 정파가 뭐야?”

모르긴 몰라도 수백 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일간지에 갓 입사했을 때, 노동주간지로 옮겼을 때, 매일노동뉴스에 와서도 그랬습니다. 여지없이 정파에 관한 질문과 맞닥뜨렸습니다. 편집국장인 지금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파, 중요하죠. 학생운동·노동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니까요. 보다 나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데 이견이 있겠습니까.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비중을 두다 보니 의견이 좀 엇갈렸을 겁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모이고, 당여가 생겼겠지요.

정파, 잘 모릅니다. 학생운동 언저리에 있었기 때문이죠. 도로와 소주병의 용도를 망각해 잡범이 됐던 적은 있습니다. 사회구성체 논쟁이나 깃발-반깃발 논쟁, 엔엘-피디로 이어지는 과정은 책을 보고 짐작할 따름입니다.

정파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되묻습니다.

“노동파라고 아세요?”

나름의 개똥철학도 있습니다. 노동파의 슬로건은 ‘경제의 상위개념으로서의 노동’입니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멈춥니다. 세상이 멈추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노동파는 근본적이고 단순한 팩트에서 출발합니다. 너무 단순해서 그런가 아직 당여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노동파의 또 다른 모토는 ‘노동 중심, 노동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노동현장에 있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얘기일 테니까 생략할게요.

1인 정파인 노동파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합니다. 노동파의 개똥철학에 걸맞은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 깃발을 들기를 소망합니다.

노동자들은 진보정당에 큰 기대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진보정당이 비정규직 철폐법을 못 만들었다고, 재벌을 때려잡지 못했다고, 정리해고 금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등 돌리는 노동자 봤습니까. 오히려 동지끼리 싸우고, 분열하고, 서로 쳐다도 안 보는 행태에 분노합니다.

노동파처럼 해 보세요. 경제의 상위개념에 노동을 놓고, 노동자 중심의 사고를 해 보세요. 그럼 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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