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연
공인노무사
(민주노총법률원 대전충청지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10년 넘게 시설관리 및 청소업무를 담당해 온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된 뒤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 석 달이 다 됐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일과가 끝난 시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통보를 받고 거리로 쫓겨났다. 그동안 노조는 수차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청했지만 공사는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공공운수노조 수자원공사지회 지회장과 간부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대전지법에는 해고자 집회 금지·천막철거·노조 간부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해고노동자들은 폭설과 한파 속에서 비닐 한 장·깔판 하나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는데, 더 이상 갈 곳조차 없게 됐다.

공사는 인근 주민들을 동원해 경찰서에 민원을 넣게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해고자들의 평화적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경찰과 구청은 민원이 들어왔다며 수시로 찾아와 소음측정을 하고 천막 철거를 종용한다.

공사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해고사태에 법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고 정말 고용승계 부분에서 책임이 없는가.

공사는 법률상 공기업이다. 국가계약법과 계약사무관리규정,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 법과 규정에 따라 공사는 용역업체에 대해 관리·감독의 의무를 지닌다. 용역계약 전반과 계약사항 이행을 관리·감독하고 용역업체가 이를 어길 때는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정부 관계부처에서 합동으로 공공기관에 시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은 "용역계약 체결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사항 위반시 계약해지, 계약 체결 후 발주기관의 확약내용 이행 여부 수시확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공사는 용역계약 상대자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와 (주)두레비즈가 용역노동자 10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함으로써 확약내용을 위반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공사는 비정규 노동자 집단해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해 온 지회장과 간부들이다.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노조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용승계 거부’라는 방식을 통해 노조를 탄압하는 자는 누구인가.

공사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조직된 지회는 2012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공사는 파업노동자를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용역회사는 신속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해고노동자들과 일면식도 없던 새로운 용역업체는 형식적으로 직원들을 파악한다며 면접을 실시했고, 고작 2~3분간의 면접으로 해고대상자를 선별했다. 용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제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인 공사의 개입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임을 능히 추정할 수 있지 않는가.

이번 집단해고 사태에서도 고소·고발, 지역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고자들의 복직농성을 방해하는 것이 공사다.

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수자원공사가 내 일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왔다. 공사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집단해고 사태를 해결하고, 노조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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