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겼어요.” 지회장은 말했다. 축하한다는 내 말은 울먹이는 그의 소리에 묻혔다. 송○○외 18 정리해고 사건. 포레시아라는 프랑스자본의 사업장에서 2009년 5월26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 했던 사건이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대법원 법정에서 마침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최근 노동자가 승소한 정리해고 사건마다 대법원이 사용자의 상고이유를 인용해 파기환송 판결들을 해온 터라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대법원이 3년 가까이 사건을 붙잡고 있는 것이 불안하다며 다른 정리해고 사건들처럼 되는 것 아니냐고 지회장도 대리인인 나도 걱정했다. 정리해고 직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정리해고는 부당하지 않다고 노동위원회는 판정하고, 서울행정법원도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뒤집었다. 당시 문서제출 명령신청해서 사측으로부터 3년간의 납품물량자료, 전체 직원의 급여자료 17박스를 받아 분석해 제출하기도 했다.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대리인을 교체하고서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겠다고 나왔다. 당시 교섭장에 다녀와서는 사측이 이긴다고 하더라고 지회장은 말했다. 이렇게 이기는 과정이 노동자에겐 걱정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을 포레시아 사건을 통해서 살펴보자.

2. 정리해고, 이기기 어렵다. 법은 사용자가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정리해고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사용자의 정리해고권을 보장하고 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라는 제목의 법이다. 법은 정리해고를 제한해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이 나라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됐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근로기준법 24조1항), 해고회피 노력을 다해야 하며(2항),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고(2항), 해고회피 노력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해서 50일 전까지 노동자대표와 통보하고 협의하면(3항)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아무런 사정이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다. 이것을 정리해고 요건이라고 했다. 그 요건 해당성을 구체적으로 따져 자신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정리해고자는 다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이 인정되기만 하면 경영상의 필요가 사용자 기업에 긴박하지 않아도(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8647 판결;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등), 희망퇴직 실시 등 몇 가지만 하고서 해고 회피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아도(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판결;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다21233 판결 등),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서 정리해고하면서도 그 대상자 선정까지도 사용자측 사정까지 균형 있게 고려해 줘야 한다고 도무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라 대상자가 선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도(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두8486 판결 등), 50일 전까지 노동자대표와의 통보 및 협의 절차는 나머지 것들에서 문제가 없다면 거치지 않았어도(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두4119 판결 등) 판결해 왔다. 이렇게 법원은 정리해고법을 사용자에게 특별히 보장한 해고의 자유라고 읽고서 판결해 왔다. 사용자가 정리해고 할 수 있는 법은 있어도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은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정리해고로 사업장에서 내쫓기는 이유이다. 근로계약의 한 당사자인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해도 다른 당사자인 노동자가 해지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에서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권한이고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은 없다.

3. 이렇게 대한민국의 법과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을 말하는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고용을 지켜 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이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더라도 노동자는 이 세상이 자신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을 찾아야 한다.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은 노동조합이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있다. 법과 법원의 판례가 사용자에게 노동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 이 척박한 세상에 단체협약으로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을 세워야 한다. 아무리 정리해고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해도(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도4893판결;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 법보다 엄격하게 정리해고의 요건을 정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법은 없고, 이렇게 체결한 단체협약이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법은 없다. 예외적으로만 무효라는 법(판결)이 있을 뿐이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포레시아 사건을 보자. 이 사건에서 정리해고를 이길 수 있었던 노동자의 무기는 단체협약이었다. 2008년 7월 공장이전을 하면서 체결한 고용보장에 관한 합의서가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를 이기는 판결이 됐다. 당시 공장이전 관련 제반사항에 관해 합의하면서 특별교섭 합의서에서 출퇴근버스·이사비용·지회 사무실 제공 등에 더해 “현 시화공장 재직인원(2008년 7월 말 현재)에 대해 고용보장을 확약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2008년 말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자동차산업의 경기침체로 2009년 초 자동차부품회사인 포레시아의 생산물량이 급감했다. 당시 사측은 정리해고 계획을 노조에 통보하고서 노조의 반대에도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이런 포레시아 상황에서는 노동자를 정리해고 할 수 있다고 법이, 즉 근로기준법과 판례가 말해 줄 거라고 믿고서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법(판례)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말해 주지 않는다면 위 특별교섭 합의서에서 정한 고용보장의 확약이 사측의 정리해고가 부당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특별교섭 합의서는 공장이전 관련한 합의 내용이고 여기서 고용보장을 확약한 것은 시화공단에서 장안공단으로 공장이전시 고용보장을 확약한 거라고 읽혀질 수가 있었다. 소송에서 사측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공장이전 이후에도 고용보장을 확약한 것이라면 도대체 언제까지 현재 재직인원에 대해 고용보장을 확약한 거라고 봐야 할지가 문제가 됐다. 사측은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자동차산업의 침체로 인한 생산물량의 급감이라는 경영사정의 변경에 따라 고용보장 확약의 합의는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까지 5년 가까이 진행된 법적 다툼에서 고용보장 확약에 관한 특별교섭 합의서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단체협약이고 그것이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과정이었다. 정리해고 실시가 특별교섭 합의서에서 정한 고용보장의 확약을 위반한 것이라서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4. 마침내 지난 27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해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에 대한 대우에 관해 정한 것으로서 그에 반해 이뤄지는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처럼 정리해고의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더라도, 그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돼 사용자에게 그와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한마디로 정리해고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은 체결 당시의 사정이 현저히 변경돼 그 이행을 강요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에 반해 실시한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리고서 포레시아 사건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 후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특별교섭 합의서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하였던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하여 고용보장에 관한 확약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부당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고용보장에 관한 확약에 반하여 단행된 이 사건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원심판결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이 판결을 통해서 두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첫째,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이지만 노동자는 단체협약으로 사용자의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을 세워낼 수 있다. 둘째, 단체협약에서 향후 정리해고 등을 제한하는 취지라는 것을 분명히 규정해 둬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분명히 안다면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정리해고를 이기기 어렵다고 이제 노동자가 말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실시하는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정리해고법을 탓할 일은 아닌 것이다.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 단체협약을 세워내지 못한 노조를 탓하게 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이기는 법은 단체협약에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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