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기 팍팍하다. 양극화는 보통명사가 됐다. 민주주의 지표는 가늠하기 힘들다. 노조활동 하면 망한단다.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고 자살자는 속출한다. 정치가 민생을 외면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시대 현주소다.

살기 힘든 세상에서 좌파는 늘 혁신을 도모해 왔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코뮌주의 등 그 이름은 달랐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니까, 더 나은 삶을 위해 움직였다.

지금의 좌파는 어떨까. 젊음·이상·헌신을 상징했던 좌파는 낡음·구태·진부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 사회에서 좌파운동이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좌파는 과연 희망이 없는 것일까. 좌파운동이 촛불·희망버스·대자보로 새롭게 변주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좌파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좌파로 살다-좋은 삶을 고민한 문제적 인간들>(사계절출판사·3만5천원)은 20세기 자본과 권력, 불의에 맞서 싸운 16명의 고민과 고백을 통해 좌파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좌파로 살다>의 뿌리는 영국에서 발간된 격월간 <뉴레프트리뷰>다. 1960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좌파의 육성을 담아 왔다. <뉴레프트리뷰>가 2011년 과거 대담 중 16명을 선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지난달 번역돼 출간됐다.

16명의 문제적 인물은 혁신을 이끈 사람들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소련식 전통과는 다른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죄르지 루카치, 마르크스주의가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을 예측한 칼 고르쉬, 마르크스 철학을 새롭게 재정립하려고 노력한 사르트르가 눈에 띈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좌파가 서구의 좌파 전통과는 어떻게 다른지 보여 주는 왕후이가 있다.

사계절출판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좌파의 운동과 이론을 소개하며 좌파 지성사의 지평을 확장했다”며 “20세기 좌파운동의 흐름과 지성사를 보여 준다”고 소개한다. 유강은이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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