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순
서울일반노조
사무처장
(공인노무사)

한때 노조간부로 활동하던 분들이 잠시 물러나 있다가 이런저런 상황에 의해 다시 노조 일선에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노조활동을 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바뀐 사회분위기나 노조 내부 사정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때문이다.

창구단일화 절차는 아주 복잡해서 법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선 노조의 교섭요구에서 시작된다. 대략적으로 노조가 교섭요구를 하면, 사측은 7일간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하고, 기간 내에 교섭을 요구할 다른 노조가 있으면 교섭요구를 하게 된다. 7일이 지나고 8일째 공고기간에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조를 교섭요구노조로 확정해 공고하는 기간을 5일 거친다.

그러고 나서 14일간 자율적 교섭대표노조 결정기간을 갖는다. 이때 노조 간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거나, 개별교섭을 요구해 각자 교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하거나, 개별 교섭을 얻어 내지 못할 경우 강제 절차인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를 거친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노조는 자율적 교섭대표노조 결정기간이 끝나고 5일 이내에 사측에 과반수 노조임을 통보하고, 사측은 5일간 이러한 사실을 공고한다. 이의가 있는 노조는 다시 5일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과반수 노조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과반수 노조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으면 노동위원회는 노조 간 조합원수를 조사해 비교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만약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들 사이에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공동교섭단을 구성할 수 있다. 자율적 공동교섭단 구성에 합의하지 못한 경우 신청에 의해 노동위가 조합원수 비율에 따라 공동교섭단 구성을 결정한다.

여기까지가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다. 모든 절차는 각각의 절차마다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의신청에 대해 노동위는 보통 10일 이내에 결정한다. 교섭을 하기 위해 모든 절차와 이의신청을 다하면 두세 달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교섭단위 분리 제도가 있다. 사업 내에 여러 노조가 있고, 노조 간 조직대상이 크게 다르거나 노동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 교섭단위 분리를 이용한다.

그런데 필자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절차마다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이러한 변수들이 노조탄압에 아주 좋은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신규 조직의 경우 노조를 만들고 첫 교섭 전에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시간 때우기에 들어가면 조합원들이 쉽사리 지치게 된다. 어용노조 조합원이 많기라도 하면 교섭권 자체가 날아가 버린다.

노조가 법에 익숙하면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노조들은 많지 않다. 너무 당황해서, 혹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절차를 잔뜩 만들어 노동자를 ‘멘붕’ 상태로 보내 버리고, 교섭권을 약탈하는 치사한 일이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교섭권을 뺏는 일은 노조를 죽이는 일이다. 노조만 복수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기본권인 교섭권도 복수로 허용해야 한다. 복수노조를 허용한다면 복수 교섭권까지 허용해야 헌법 정신에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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