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물결에 저항하는 유럽의 노조들이 세계화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움직이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러생디칼리즘' 이라는 이름아래 국제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유럽연합(EU)의 역내 노동시장 개방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기업문화나 노동법규. 노동운동의 역사가 달라 노조들간의 연대가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영국에 본사를 둔 유통기업 '막스 앤 스펜서' 가 최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영국을 제외한 유럽 7개국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 유러생디칼리즘에 불을 댕겼다.

4천4백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거에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 7개국의 주요노조들은 다음달 초순 런던에서 폐쇄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벌이기로 합의했다.

이번 시위에는 관련국들뿐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다른 EU 회원국에서도상당수 노조원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일개 기업에 대한 사상 최초, 최대의 다국적 연대시위가 될 이번 집회를 위해 노조들은 25일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시위일정과 자금분담 등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한다.

이에 따라 유럽 노조들은 지금까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유럽노조총동맹(CES)을 구심점으로 삼아 결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산당 계열로 다른 노조들의 태도와 거리를 두었던 CGT도 지난해 CES에 가입했다.

CES는 현재 EU 전체에서 5천9백만명의 노조원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노조도 자신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CES라는 초국가적 기구에 흡수통합되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노조원들의 요구조건이 궁극적으로 국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러생디칼리즘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런던 시위는 유럽 노조들이 어떤 식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고 '그들만의 세계화' 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를 가름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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