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대기업·공공기관 선호현상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15~33세 청년층 취업자와 구직자 3천명을 대상으로 ‘청년층 취업실태 및 의식조사’를 벌여 20일 발표한 결과다.

◇중소기업 취업희망 18.5%=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업자와 취업준비생 1천명에게 "어떤 유형의 직장에 취직하고 싶은가"라고 묻자 "국내 민간 중소기업"이라는 답변이 18.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국내 민간 대기업(18.4%)과 공무원 군인 등 정부기관(14.3%)이 이었다.

노동부는 “대기업으로 쏠리던 청년층의 취업 눈높이가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청년 구직자에게 괜찮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만 제대로 알려 주면 구인정보가 부족해 취업을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낙관적 해석에 의문도 제기된다. 외국인 회사 구직희망자(11.2%) 일부가 대기업 구직희망자로 묶일 경우 통계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부산하기관이나 공사 및 공단(9.3%)·교사 포함 교육기관(5.5%)·연구기관(3.4%) 구직희망자 중 일부를 정부기관과 묶으면 공공부문 구직희망자 비중은 훨씬 늘어난다.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청년들이 생각하는 직업의 의미는 자아실현의 도구보다는 생계유지 수단에 가까웠다. 연령대가 증가하거나 최종학력이 낮을수록 이 같은 경향을 보였다. 취업 재수생으로 분류되는 1년 이상 장기구직자 남성·고연령·고학력·비수도권 출신에 집중됐다.

이들 모두 취업을 위해 자격증 등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는 특성을 보였다. 취업준비 비용으로 월 30만원 미만을 지출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취업자의 66.9%, 구직자·취업준비자의 56.4%, 비경제활동인구·재학생의 63.2%가 이같이 답했다. 연령이나 학력이 높아질수록 지출이 증가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취업준비 시간은 하루 1~3시간이 가장 많았다. 취업자의 33.5%, 구직자·취업준비생의 43.1%, 비경제활동인구·재학생의 36.5%가 이같이 밝혔다. 연령이나 학력이 높아질수록 취업준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었다.

◇구직자 기대임금 월 231만원=청년구직자의 기대임금 수준은 부모들의 기대임금 수준보다 낮았다. 취업자의 경우 현 직장에서 월 평균 214만원을 받고 있는데, 본인의 기대임금은 262만원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기대임금도 262만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구직자·취업준비생의 월평균 기대임금은 231만원으로 부모들의 기대임금인 236만원에 못 미쳤다. 비경제활동인구와 재학생의 기대임금(223만원) 역시 부모의 기대임금(238만원)보다 적었다. 이 중 재학생의 기대임금 수준은 졸업 후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도 이뤄졌다. 자녀의 희망 취업처를 묻는 질문에 수도권 학부모는 공무원·공기업·대기업을, 비수도권 학부모는 공무원·공기업을 선호했다. 자녀의 취업을 지원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도권 학부모는 "정보를 얻기 어렵고, 금적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답했고, 비수도권 학부모는 "저임금 직장밖에 없어 방향을 잡아 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외면받는 공공 취업포털=청년들은 취업정보를 주로 민간 취업포털에서 얻고 있다. 취업자의 36%, 구직자·취업준비생의 52%, 비경제활동인구·재학생의 52.3%가 민간 취업포털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워크넷과 같은 공공 취업포털 이용률은 민간 취업포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 심층 면접조사에서 대기업 인사당담자들은 워크넷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체 포털을 운영한다"고 밝혔고,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용하기 불편하고, 워크넷에 노동시장 실패자가 등록돼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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