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17년까지 경제규제를 지금보다 20% 이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이에 따른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없애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무총리·관계부처 장관·주요 경제단체장·소상공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모든 경제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 관련 규제 1만1천개를 중심으로 올해 10% 감축 목표를 세우고 부처별 특성에 맞게 감축량을 할당하기로 했다.

반면 신설규제 관리는 대폭 강화한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와 정책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도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반드시 폐지하는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묻지마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학교 앞 호텔 규제도 쓸데없다?=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위해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 "제가 무엇보다 규제개혁에 방점을 두는 것은 그것이 곧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며 우리 경제가 다시 부흥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선 성장동력에 다시 불을 붙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모든 규제완화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들었다. 심지어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학교보건법 시행령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쓸데없는 규제"로 지목됐다.

이지춘 한성투자개발 전무는 "초등학교에서 180미터 떨어진 곳에 관광호텔을 지을 계획"이라며 "3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영등포구청에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했는데 교육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호텔을 개발해 젊은층이 일할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교 인근 호텔 건설은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완화하고 관광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제하고 있는 것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시기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막고 있다는 것은 죄악"이라며 "아들딸이 졸업해 원하는 직장에 가고 싶은데, 쓸데없는 규제들로 인해 막힌다면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나겠냐"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의 지적에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4월 중에 훈령을 개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논리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야권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규제개혁은 민생을 도외시하면서 기업과 자본의 부피만 늘려 자본편중의 문제, 환경오염의 문제, 인구과밀화 문제만 불러올 공산이 크다"며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아니라 국정원·기초연금·기초공천·무너진 민주주의와 무너진 신뢰, 무너진 민생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때 지난 규제, 과도한 규제, 관료특권을 위한 규제는 폐지해야 하지만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박 대통령이 규제 전체를 원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행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민주화의 최종 포기선언으로 들린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특정 이익집단이나 산업·기업에 특혜를 주는 규제완화를 국민 전체를 위한 규제개혁인 것처럼 포장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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