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4일 한 시사주간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노동자파업에 손해배상 판결이 많은 나오는 이유에 관해서 쓴 하종강의 칼럼이었다. 갑자기 나도 궁금해졌다. 도대체 손해배상 판결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쌍용차 정리해고 저지 점거파업투쟁사건에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2013년 11월 46억8천500만원을, 직권중재시 쟁의 금지를 위반한 철도노조 파업투쟁사건에서 대법원은 2011년 3월 69억9천만원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점거파업투쟁사건에서 부산지방법원은 2014년 1월 59억5천900만원을, 현대자동차비정규직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장점거 파업투쟁사건에서 울산지방법원은 2013년 12월 90억원을 사용자에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근래에 언론에 보도되고 관심을 끈 주요사건 판결이 이렇다. 금속노조가 2014년 2월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소속사업장에서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용자들이 소송으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금액 합계는 무려 1천691억6천만원에 이른다. 판결을 선고해 주니 사용자들은 이렇게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일 텐데 대한민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수 이효리의 동참으로 널리 알려진 시민모금 운동 ‘노란봉투’,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을 위한 범사회적 시민연대모임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등으로 노조 불법파업에 관해 손해배상문제에 관심이 높은 이때 나도 그 이유를 살펴보자. 거기다 16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한, ‘불법파업도 괜찮아, 그것도 권리야’라는 언론 기사까지 읽었더니 그 이유가 더 궁금하다.



2. 법원이 손해배상판결을 많이 하는 이유는 판사들이 노동법을 알지 못해서라고 칼럼에서 하종강은 쓰고 있었다. 노동법을 모르니 잘 아는 민법으로 판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판사들에게 노동법을 공부하도록 만드는 것이 손해배상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과연 대한민국 판사들이 노동법을 공부했다면 오늘 문제의 손해배상판결들을 선고하지 않았을까. 판사로 임용되기 전에 법률학교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을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서 공부를 시켰더라면 오늘 대한민국에서 이효리가 노란봉투에 4만7천원을 넣어 전달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칼럼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이효리에게 물어서 그 답을 알아낼 도리가 없는 나는 내 스스로에게 물어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법연수원 노동법교과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정리해고의 불실시 요구에 관한 사항은, “이미 실시한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그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여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고, “쟁의행위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에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이른바 평화의무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정당성을 상실”한다.(사법연수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012년, 264~265면)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대법원판례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치고 있다.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해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정리해고의 실시는 사용자의 경영상의 조치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해고에 관한 노동조합의 요구내용이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라면 이는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돼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도4893 판결) 그렇다면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을 공부한 판사는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 저지 파업투쟁은 그 목적에서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판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법연수원 노동법교과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쟁의 절차는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이어야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그 절차에 따를 수 없는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생활의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정당성 유무를 가려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사법연수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012, 268~269면) 이에 따르면 중재회부 결정시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노조법규정을 위반한 위 철도노조 파업투쟁은 노조법이 정한 쟁의절차 위반으로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을 배운 판사는 철도노조에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하게 된다. 점거파업에 관해 사법연수원 노동법교과서는, 판례에 의하면 “파업시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직장에 체류하는 쟁의수단인 직장점거는 사용자측의 점유를 배제하지 않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에 반해 “전면적·배타적으로 하는 점유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부당하다”고 기술하고 있다.(사법연수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012, 275면) 노동법을 달달 암송하고서 점거파업투쟁에 관해서 배운 대로 재판하는 판사는 쌍용차 점거파업투쟁·현대차비정규직 점거파업투쟁은 불법파업이라고 손해배상판결을 선고할 것이다. 어쩌다 노동법 공부에 흥미를 갖게 돼서 사법연수원 교과서에 더해 시중의 노동법교과서까지 구입해서 학습했던 판사라면 다르지 않을까. 어디 보자. 김형배의 노동법교과서는 “정리해고의 기준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내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 후, 판례 또한 정리해고 실시는 사용자의 경영상의 조치라 할 것이므로 쟁의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저자와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기술하고(김형배, 노동법(제23판), 박영사, 2014, 999면, 716면), 임종률의 노동법교과서는 “노동조합이 정리해고의 기준안을 제시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이를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한다면 그 목적상의 정당성을 부정하기 곤란하”나,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사정 아래서 노동조합이 정리해고의 기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정리해고 반대만 주장하는 것은 단체교섭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경영권을 제한하는 요소도 있으므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며, 권리분쟁사항은 원칙적으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임종률, 노동법(제7판), 2008, 222~223면). 사법연수원 노동법교과서와 별 차이 없거나(임종률) 그보다도 더 제한해서 정리해고는 뭐라도 그것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하고 있다(김형배). 직장점거에 관해서는 김형배의 노동법교과서에서 판례와 같이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만 정당하다고 기술하고(김형배, 1015면), 임종률의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하고 있다(임종률, 229면). 따라서 사법연수원 성적까지 걱정하며 심화학습을 한 노동법에 박식한 판사라도 문제의 손해배상판결들을 선고하게 될 것이다. 노동법을 묻는 판사 동료들이 손해배상판결하는데도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오히려 노동법을 공부한 판사가 무섭다. 어쩌다 노동법을 공부했어도 시험을 보고서 모두 잊어버리는, 벼락치기 판사들이기를 기대해야 한다.



3. 노동법은 노동자의 개별적인 권리와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에 관한 법이다. 노동법을 공부한다는 것이 노동자를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서 인사노무관리의 전문가로 사용자를 위해서 일하고자 하는 자도 노동법을 공부한다. 마찬가지로 판사가 노동법을 공부하는 것은 노동자를 위한 판결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노동사건에 적용할 법을 알고서 판결하기 위해서다. 노동법을 심화학습한다고 해도 그것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없다.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불법이라며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해 왔던 공안검사들도 노동법을 공부한다. 심지어 스스로를 노동검사라고 칭하기조차 한다. 로펌의 변호사들은 사용자를 자문하고 대리하기 위해서 노동법을 공부한다. 대한민국에서 노조의 파업투쟁에 손해배상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노동법 때문이다. 불법파업인데도 손해배상판결은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손해배상 등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 법은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짓는다. 여기서 불법은 노조법 절차위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법이 말하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은 바로 파업의 불법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런 노동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 봐야 노조 파업투쟁의 정당성을 파악해서 손해배상판결을 용이하게 하는 데 쓰인다. 오늘 이 나라에서 노조 파업투쟁에 대한 손해배상판결의 문제는 노동법 공부의 결여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법률과 그 해석인 판례, 그리고 그걸 비판으로 극복하고자 하기는커녕 그보다 못한 해설을 하고 있는 교과서에 있는 노동법에서 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을 판단하는 대한민국 판사의 노동법 학습의 결여가 아니라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노동법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물론 불법파업인데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해서는 안 되는 법은 있다. 단순히 노무제공을 하지 않는 행위인 파업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해서 처벌하는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 노동법은 당장이라도 이렇게 해석돼야만 한다. 파업인 한 불법파업이라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은 손해배상문제와는 구별해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불법파업도 괜찮아. 그것도 권리야’라고 손해배상문제에서 말해서는 대한민국에서 노조 파업투쟁에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데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처벌받지 않아도 불법파업이라면 손해배상판결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조의 파업투쟁을 불법으로 내모는 노동법을 비판해서 해석을 통해서 바로 세워내야 하고,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오늘 노조 파업투쟁에 대한 손해배상판결은 대한민국 노동법을 적용한 판사의 판결문에서 나오고, 판사의 판결문은 노동기본권에 대해 무지한 노동법(법·판례·학설)에서 나온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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