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의 대부분이 10개 국책사업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을 과도한 복리후생 탓으로 돌렸던 기재부가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공공기관 쥐어짜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재부 "공공기관 부채, 정부 정책 때문"=13일 기재부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정책사업 추진 △시설투자 확대 △서민생활 안정 △저축은행 지원 등에 의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주요 공공기관 금융부채 증가액(167조3천억원)의 78.5%인 131조4천억원이 10개 국책사업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기금사업(22조1천억원) △한국전력공사 전력사업(19조4천억원) △발전자회사 발전사업(11조2천억원) △LH 보금자리사업(15조원) △LH 신도시·택지사업(14조3천억원) △LH 주택임대사업(13조9천억원) △가스공사 국내천연가스 공급사업(11조3천억원) △석유공사 해외석유개발사업(9조5천억원) △도로공사 도로사업(7조6천억원) △수자원공사 4대강 살리기 사업(7조1천억원) 등 10개 사업을 금융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기재부는 참여연대가 올해 1월 요구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이달 5일 참여연대에 답변서를 보냈다.

◇"원인과 해법 다른 공공부문 개혁"=기재부가 인정한 것처럼 공공기관 부채는 대부분 공공기관이 수익성 없는 정부 재정사업을 대신 수행한 결과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듯 정부는 4대강·보금자리·해외개발 등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에 맡기면서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거나 부족하게 지원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사업비를 채권발행 등으로 자체 조달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금융부채가 폭증한 것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부채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객관적 사실은 감사원 자료에도 나와 있기 때문에 정부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부채 해법은 엉뚱하게도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실제 기재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에는 38개 중점관리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를 427만원에서 290만원으로 줄여 1천544억원을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공기관 부채 497조1천억의 0.03%에 불과하다. 복리후생비 감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재부는 참여연대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위한 자구노력으로 △사업조정 △자산매각 △경영효율화를 제시했다. 정부가 핵심에서 한참 벗어난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 대책은 임직원들의 복지 축소와 자산매각, 민간자본 유지에 맞춰져 있다"며 "과연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고 내실을 기할 만한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탓하기 전에 낙하산 인사부터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의 묻지마 식 사업추진이 부실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재부가 인정했듯이 실패한 정부사업은 대부분 정부와 여당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을 통해 이뤄졌다"며 "낙하산 기관장들은 성과급을 챙겼지만 방만경영의 멍에는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부채는 국민부담으로 남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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