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청년의 실업상태’는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 버렸다. 정부의 정책이 청년실업 해소를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2013년 15~29세 청년의 고용률은 39.7%라는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양적인 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하고 있으니 정부로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업무보고에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4대 정책목표의 맨 앞에 뒀다. 과연 올해는 청년고용률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을까.
수치만이 문제라면, 실제로 어느 정도는 고용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공공부문의 청년 의무고용제가 시행되기도 하거니와, 정부가 그 숫자를 관리하는 데 청년일자리정책의 사활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역시나 진짜 문제는 다른 것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가 주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심히 우려된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경력단절여성이나 장년층 퇴직인력을 대상으로 숨어 있는 노동공급을 창출하는 정책인 만큼 청년고용과는 별개로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청년들의 전일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노동부 장관은 생애 첫 직장을 찾는 청년들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채용현장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대되면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큰 혼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역마다 공무원이나 교사를 시간선택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청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신규채용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멀쩡한 전일제 일자리를 반쪽자리로 쪼갤 뿐이다. 각종 복리후생 및 승진기회 등에서도 불이익이 뻔하고, 임금수준도 추가적인 투잡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다.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기관들이 할당된 비율만큼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 본래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청년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정부가 보조하는 단기 알바가 돼 버린 청년인턴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청년구직자 개개인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양질의 전일제로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갈 곳을 잃은 청년들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강요'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공공부문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전일제 일자리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예비취업 장소가 될 위험이 크다"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의 지적은 청년들의 걱정을 정확히 보여 준다. 한국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노동시장 내 노동공급 측면의 필요와 요구에 대응해 근무형태의 다변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애초에 고용의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정부에 의해 추진됐다는 것부터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현장에서 발생할 부작용들은 이미 예정돼 있는 것이다.
2014년부터 공공부문의 각 기관들이 청년 의무고용제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정원의 3%를 청년으로 반드시 채용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 기관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손쉬운 해답을 선택하게 될 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낮은 청년고용률의 원인이 높은 대학진학률과 청년들의 눈높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들에게 말한다.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 일자리에 눈을 돌려라! 얼마의 시간이 흘러 마음이 급해진 정부는 이렇게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전일제만이 정답이 아니다. 청년들이여,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눈을 돌려라!
지금이야 시간선택제는 청년의 것이 아니라고 딱 잘라 부정하고 있지만 그 정도 말바꾸기야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 정부 아니던가.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시간선택제 일자리, 청년고용의 예정된 재앙
- 기자명 정준영
- 입력 2014.03.10 09:00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