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벌어진 황당한 연극 한 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6개 특수고용직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적용제외 신청’ 조항으로 인해 산재보험의 실제 적용률은 9.8%에 불과한 실정이다. 말이 좋아 적용제외 신청이지, 사실은 사업주들의 강요로 산재보험에 들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여 주는 연구자료와 언론보도가 차고 넘친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국회에서 적용제외 제도 폐지(정청래 민주당 의원안)·적용제외 사유 제한(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안)·근로자 개념 확대(심상정 정의당 의원안)를 골자로 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이 중 최봉홍 의원안이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으로 채택돼 지난달 21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때부터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이완영 의원의 열연이 시작된다. 이 의원은 미리 준비한 대본(서면의견서)을 통해 “산재보험법 처리 강행은 야당의 치적이 되고, 친야당 노동계의 세력화에 도움이 된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뿐인가. “특수고용직 근로자성 논의가 가속화되면 민간회사의 고정비용이 늘어나 수익이 악화되고, 결국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결사항전 태세를 취했다. 그는 신계륜 환노위원장에게 “이의가 제기된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이 효력이 있느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확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와 국회도 오랜만에 법안 처리에 뜻을 모았다. 오직 한 사람, 이완영 의원만 반대했다.

이 의원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이유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추측은 해 볼 수 있다. 노동부 관료 출신인 이 의원이 원래부터 “특수고용직 근로자성 인정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거나, 보험업계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았거나, 아니면 본인의 연기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아무개 여인이 30대 두 딸과 함께 집주인에게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을 남긴 채 동반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황망한 비극은 박 여인이 퇴근길 빙판길에 넘어져 팔을 다치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돼 있다. 모쪼록 원만한 법안 처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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