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기로에 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는 지난 5일 대표교섭단 회의를 열었지만 의제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노총마저 불참을 경고하고 나섰다. 출발선에 선 소위원회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된 셈이다.

예상된 일이다. 우선, 주체의 문제다. 경영계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기중앙회 대표자 3명이 참여한다. 반면 노동계는 한국노총만 참가하고 있다. 노사 대표 간 균형이 깨진 것이다. 경영계 대표는 과다인 데 반해 노동계 대표는 과소로 소위원회가 구성된 셈이다. 한국노총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동계 몫 위원 1명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반쪽짜리 소위원회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환노위의 애초 구상과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환노위는 노·사·정 참가단위를 넓게 구성하려 했다. 양대 노총과 경영계 3단체를 모두 불렀다. 중단된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고 파국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양대 노총 불참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불능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환노위 소위원회는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의제선정도 문제다. 환노위는 노사정소위 명칭에 의제를 붙이지 않았다.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이라는 명분만 달았다. 일단 대화의 좌석에 앉되 의제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 주체들이 낸 의제를 모두 수용하되 미 합의된 쟁점은 추후를 기약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경영계가 노동시간단축·통상임금으로 의제를 제한하려 한다. 환노위 김성태 교섭단장(새누리당 의원)이 노사(노정)관계 개선을 추가 의제로 제안했다곤 하지만 미덥지가 않다. 정부와 경영계의 그간의 태도 탓이다. 노동기본권 의제와 관련된 논의에는 미온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러니 사단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논의 의제에 노동기본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한국노총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주노총도 이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대화의 역사가 짧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그만이었다. 국회도 대통령과 정부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와 의견수렴은 언감생심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경험을 제외하면 약 15년의 사회적 대화 역사를 갖고 있다. 98년 1월 1기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할 때 그렇다. 50년 이상의 사회적 대화 역사를 가진 유럽에 비해 우리는 이제 걸음마단계에서 벗어난 셈이다.

그간 사회적 대화는 두가지 경로로 진행됐다. 하나는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다.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이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도 또 하나의 경로다.

양대 노총이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두 번 진행됐다. 2006년과 2009년에 진행된 회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 9월11일, 노사정은 노사관계 로드맵을 합의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3년 유예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빠진 반쪽짜리 합의했다.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다시 여는 단초를 제공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두고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그럼에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반영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2010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처럼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파국을 막는데 일조했지만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노사정위는 반쪽 위원회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고, 양대 노총 불참으로 수시로 불능상태에 빠져들었다.

환노위 노사정소위도 사회적 논의를 촉진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사정대표자회의 끝나면 노사정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만약 환노위 소위원회가 노사정위로 쟁점사항을 이관할 목적으로 운영된다면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러면 안 하니만 못하다. 과거의 노사정대표자회의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환노위 소위원회는 논의 의제라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계의 요구대로 노동기본권 의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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