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최근 산별노조 지역지부의 형사사건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벌금형으로 약식기소가 된 사건이지만 당사자들이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어서 변호사의 조력이 절실했다. 쟁점은 산별노조 간부의 소속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 범위에 관한 것이다. 사건 당사자인 그 지부장과 지회장의 상식으로는 지부장이 조합활동을 위해 소속 지회에 출입할 권리와 사업장 내 일상적 집회를 개최할 권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업장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기소한 ‘건조물 침입죄’, 사업장에서 점심시간에 집회를 했다면서 기소한 ‘업무방해죄’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상적 조합활동을 보장한 단체협약과 관행에 따라 계속 출입해 온 사업장에서 회사가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그간의 출입이 불법이 되고 집회가 금지된다는 것은 사회통념에도 반한다. 사용자측이 재직 근로자가 아닌 산별노조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해 달라고 한 가처분 신청 사건들에서 법원이 내린 판시내용을 보면 검사의 기소는 과도하다. 그동안 법원은 노조의 자주적 단결권에 기초해 조합활동에는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 및 상담·홍보활동 등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또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해서는 조합원들 및 조합 지부가 있는 소속 회사들에 출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별 조합원에 대한 출입금지는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또한 헌법상 권리인 노조의 단결권과 집회의 자유에 비춰 사업장 내 집회가 사용자의 업무운영 내지 시설관리상의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해야 하는 수인의무가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라는 검찰 주장도 부당하다.

대법원은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으로 회합하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부득이한 것으로 봐 왔다. 따라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고 노조 집회가 수인할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확인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산별노조 지회는 사업장 내에서 수십 차례 집회를 개최해 왔고, 회사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간인 취업규칙에서 정한 중식시간을 이용했다. 집회 시간의 적정성, 구호를 외치는 정도일 뿐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평화로운 집회 방식, 50명 내외의 참가인원이라는 규모 측면을 고려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정당한 조합활동 범위로서 사용자측이 수인할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부장과 지회장이 피고인으로 선 법정에서 다시 노사 간 싸움이 시작됐다. 중소기업이어서 그런지 대표이사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흔치 않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대표이사는 관리자와 함께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노조의 집회가 회사에 출입하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검사가 빠뜨린 증거를 제출하면서 검사의 입증을 돕고 있다. 기업별노조가 교섭대표권을 획득하고 산별노조의 단체협약도 해지된 지회의 상황에서 형사사건으로 일상적인 조합활동마저 위축된다면 산별노조 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지회장은 야간근무를 마친 후 한잠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법정으로 나온다. 고단한 일상이 발목을 끄는 현실에서도 산별노조에 대해 자부심이 깊은 조합원으로 검사와 한편이 된 사용자측 주장에 반박할 증거를 집요하게 찾고 있다. 지금도 산별노조 간부로 노조활동 홍보·교육·집회 등 지회 사업장을 출입하는 것이 일상인 지부장은 피고인으로 서 있다. 건조물 침입죄와 업무방해죄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산별노조의 조합활동은 완전히 형해화될 것이라며 산별노조의 정당한 권리를 당당하게 법원을 향해 말하고 있다. 이제 중반에 접어든 법정 투쟁이 소수노조가 된 지회에게는 희망을, 산별노조에게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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