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구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10곳의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해 5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모성권 관련 상담이 절반에 가까운 45.4%나 됐다. 이어 근로조건(37%)·성희롱(8%)·폭언폭행(1.9%)·성차별(0.6%) 순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정부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등 모성권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상담사례 중에는 “회사에 임신사실을 이야기했더니 괴롭힌다”, “회사가 출산휴가 90일을 줄 수 없다며 60일만 쓰고 출근하라고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 “육아휴직 중 퇴사처리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육아휴직 후 회사가 복귀를 거부한다”는 상담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회사측의 막무가내식 퇴사 강요로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상담자들이 적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동시에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근로조건 관련 상담 중에는 임금체불 상담(39.4%)의 비중이 높았다. “체불 때문에 퇴사했는데 회사가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는데 차액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의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외에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조항을 악용해 임금을 적게 준다”는 상담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는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서, 임금을 계산할 때 휴게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한 사례다.

직장내 성희롱 문제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실습생이 직장내 성희롱에 따른 고통을 상담한 사례도 있다. 피해 학생은 지난해 실습생으로 근무한 뒤 정직원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는데 상사들의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매 맞는 텔레마케터’ 사례처럼 여성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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