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수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대상판결 / 서울서부지법 2013고합184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지난해 12월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간 교섭이 타결됐다. 2012년 4월13일 파업이 시작된 이래 파업 589일 만이다. 파업 이전부터 파업 내내 회사는 계열사 부당지원·유상감자 등 금융공공성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창조컨설팅을 동원한 노조파괴 공작·노조법에서 금지하는 대체인력 채용·노동조합에 대해 지배·개입 행위를 하는 등 수많은 위법을 저질렀다. 지난달 6일 법원은 당시 회사 대표이사와 골든브릿지 금융그룹 회장에게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법 위반에 국한해 대상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먼저 사실관계를 보면, 회사 대표이사가 인사총무팀장 등 직원 2명과 함께 재무팀 직원 A가 파업에 참가한다는 소문을 듣고 파업에 불참하도록 설득하기로 마음먹고 “너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계약직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고,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 파업에 참여하면 회사에 큰 피해가 우려되니 파업에 참여하지 마라”라는 취지로 말하고, A의 부모를 만나서도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파업이 예정된 상황에서 A와 그 부모를 만나 A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을 뿐이고, 노조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의 특정한 언동이나 객관적 행태가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도적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 사용자가 그와 같은 언동이나 행태에 이르게 된 경위·시기·장소·방법·대상·그 전후의 노사관계 및 사용자의 언동이나 행태가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도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직원을 A의 거주지인 인천에 급파하고 이례적으로 대표이사가 A와 그의 부친을 만나는 등 묵시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판단돼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것이다’고 판단해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한 노조탈퇴 종용행위에 대해서는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 회사 대표이사는 조합원을 탈퇴시켜 단체협약상 ‘유니온숍’ 조항을 무력화시키기로 공모하고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문서 내용에 따라 노조에서 탈퇴시킬 조합원 선정 및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그 후 ‘조합원 가입 관련 시정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인사총무팀·재무팀·마케팅팀·감사팀·준법감시팀의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에 대한 시정조치가 있어야 하니 지부의 협조를 당부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부장에게 보내고, 조합원 11명에게 개별적으로 ‘귀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직원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즉시 시정조치를 해 주기 바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규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임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인사총무팀장은 조합원 11명에 대해 면담하는 자리에서 “당신들은 조합원 가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데, 현재 포함돼 있어 법 위반을 하고 있으니 노조를 탈퇴하라”고 말하고, 개별적으로 만나 이 같은 취지로 반복해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노조 가입자격에 관한 대법원 판례 및 주무관청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므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고, 개별적으로 공문을 발송하거나 조합원들과 면담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노조 조합원의 범위는 노조가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노조법에 따라 노조의 가입자격이 제한되는지 여부는 소속 부서명·담당 직위 등에 의해 형식적·일률적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하에서 면밀한 법적 검토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노조 가입자격이 없는 자임이 법원에 의해 확인되거나 그 자격 여부를 명백하게 판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자가 노조 자체를 상대로 일반적·포괄적인 의미에서 노조 가입자격 제한 여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데에서 나아가, 특정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해 징계 등 불이익조치를 시사하면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노조 조합원의 범위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대해 간섭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모종의 비공식적 방법을 통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온 것으로 보이고”라고 해 조합원 11명에 대한 노조 가입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노조탈퇴를 요구한 것이 세간에 화제가 됐던 노조파괴전문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노조 무력화 일환이었던 것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3. 회사는 지부가 파업에 돌입해 회사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자 대체인력을 투입하기로 마음먹고 공모해 직원 6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신규채용과 관련해 위법한 쟁의행위임이 명백하므로 근로자 대체는 노조법 43조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 쟁의행위와 무관하게 종전부터 논의돼 온 인력충원 계획에 따라 채용·퇴사직원을 대체하기 위해 채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지부가 2012년 4월23일부터 개시한 이 사건 쟁의행위는 임금인상 등을 그 주된 목적으로 했고 일부 의혹 제기 및 처벌 요구 등은 쟁의행위의 부수적인 사항으로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단되고, 법령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지부가 기존 단협 만료에 따른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금인상·해고사유 등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안 유지 등을 주장하며 이 사건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노조의 그룹 회장에 대한 배임행위 의혹 제기 내지 처벌 요구나 노사 공동경영약정 미준수·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부당노동행위 주장 등은 쟁의행위의 부수적 사항이거나 그 진의에 있어서는 사측에 대해 단협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는 등 목적·절차 등에 있어서 정당한 쟁의행위로 봤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쟁의행위기간 중 직원 5명을 채용한 행위는 기존에 예정된 인력충원 계획에 따른 채용이라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의 퇴사에 따른 채용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한 신규채용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쟁의행위 전에 인력채용과정 및 문서에 채용된 직원의 이름이 없으며, 쟁의행위시 사측의 대응문서에 그 인원이 특정돼 있어 쟁의행위에 파업예상자로 기재된 자를 대체해서 투입됐다고 보인다”며 “실제 채용된 자가 파업참가자의 업무를 담당했다”며 불법 대체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 대상판결은 그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로 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하겠다. 대상판결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그 사실관계의 판단이 아니라 입증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이라고 할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나 대체근로 위반 사건들은 관련 자료의 대부분이 사용자측에 있어 실제 입증할 만한 자료를 갖추기가 어려워 일반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부당노동행위와 대체근로 위반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의 노력도 있었겠으나 그 이면에는 파업 초기부터 사용자가 위반을 저지를 때마다 이를 입증해 내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고생했던 지부와 그 조합원의 힘이 컸다고 생각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모든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진 않는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한 대법원의 판단에도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고 너무 쉽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불법 대체근로나 부당노동행위 위반 소송이나 가처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 3권 실현을 위해 사용자의 침해 내지 간섭을 금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했고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대체근로금지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관련한 민·형사상 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완화된 소명이나 입증책임의 전환을 요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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