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

A사업장 노동자는 일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사업주가 치료비와 치료기간 임금을 지급했다. B사업장 노동자는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하자 노사가 체결한 근골격계 휴업치료 프로그램으로 요양했다. A·B사업장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모두 산재로 처리하지 않았다.

가끔 공상처리가 무엇인지, 공상처리가 산재처리보다 좋은 것인지, 공상처리 후 산재처리가 가능한 것인지 등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공상이란 용어는 법률상 개념이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처리되는 것은 산재로, 그 외 처리는 공상으로 지칭할 수 있다. 다만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 의거해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는 일반적인 공상 개념과는 다르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반적인 공상처리는 산재보험법 적용을 배제·은폐하는 행위다.

공상처리는 외형상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준하는 처리를 할 경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단지 ‘보상’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보상 수준에서도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첫째, 당초 공상처리시 합의한 금액에서 예기치 못한 장해나 후유 증상이 발생될 때에는 사업주는 추가 보상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불이익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둘째, 후유증이나 장해·상병 재발시 오히려 산재보험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A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병이 재발했지만 사업주는 사고 사실을 외면했다. B사업장 노동자는 근골격계질환이 재발 악화돼 산재신청을 했는데, 역시 사업주가 산재신청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공단은 기존 치료받은 병력을 근거로 산재를 불승인했다.

공상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산재은폐·산재발생과 위험증가’다. 즉 외형상 드러나지 않은 안전사고나 질병 등 산업재해 문제를 축소하고, 사업장의 안전 위험에 대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사업장의 제반 안전보건에 대한 위험요인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지켜야 할 산업안전의 문제,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행해지지 않는다. 가장 큰 불이익은 사업장 위험요인 증가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공상처리 문제는 현행 산재보험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통계로 취합되지 않는다. 최근까지 산재 통계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유족급여신청서 등을 통해 승인된 사건에 국한해 정리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제2항 단서 “다만 산재보험법 제41조 및 제91조의5에 따른 요양급여, 같은 법 제62조에 따른 유족급여 또는 같은 법 제91조의4에 따른 진폐유족연금을 신청한 경우”에는 사업주가 고용노동청에 산재 발생보고를 할 의무가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승인하는 사건에 한해 산업재해 통계가 작성된다. 이 과정에서 공상처리 사건이나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재해사건은 모두 배제된다. 산재발생시 보상을 목적으로 한 산재보험법과 산재예방과 안전조치를 주된 목적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혼동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률 제11882)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제2항 단서 조항이 삭제됐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요양신청 또는 유족급여를 신청하는 것과 상관없이 반드시 산재 발생보고를 해야 한다.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보고대상이 ‘사망자 또는 3일 이상의 휴업재해’로 바뀌었고, 전자적 방법에 의해 보고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공상으로 처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보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강력한 법집행 의지와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근골격계질환 등 업무상질병의 경우에는 공단이 업무상재해로 승인한 시점을 산업재해 발생보고일로 간주(안전보건정책과-467, 2008. 7. 24)한다. 사업주가 도의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법률상 산재통계에 수집되지 않는다.

결국 공상처리는 지속될 것이고, 이런 문제를 일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도 잘 알고 있다. 산재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방지가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무재해율 표지판과 캠페인, 그리고 공상처리로 왜곡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한국은 산재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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