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간제 일자리가 지난 10년간 크게 증가한 가운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일자리가 36.9%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1주년 담화에서 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실제 여성고용에 순기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시간제 일자리 2003년 11.7%에서 지난해 17.3%로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문제점 : 고용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 여성 일자리의 17.3%를 기록했다. 2003년 11.7%였던 여성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인 2009년 15.2%로 크게 상승한 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금의 질은 나빴다.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여성 시간제 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36.9%나 됐다.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 수준도 낮았다.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지난해 월평균임금은 62만5천원이었는데 남성 정규직(295만5천원)의 21%에 불과했다. 남성 정규직의 37.7% 수준인 여성 비정규직(111만5천원)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 이 중 1년 미만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54만2천원에 그쳤다.

1년 미만 여성 시간제 월평균임금 54만2천원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해도 지난해 여성 시간제 노동자(7천508원)는 남성 정규직(1만6천72원)의 46.7% 수준에 머물렀다. 노동시간이 짧아 임금이 적은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임금이 적게 책정돼 있다는 얘기다.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는데, 특정한 시기에 두드러졌다. 2003년 남성 정규직의 62.8%였던 여성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2009년 47.4%로 급락한 뒤 40%대에 머무르고 있다. 여성 시간제 근로 비중이 증가한 시기와 여성 시간제 임금 수준이 하락한 시기가 일치한다. 새로 생긴 시간제가 기존 시간제보다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회보장 수준은 평균을 밑돌았다. 여성 시간제 노동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전체의 19%에 그쳤다. 남성 정규직 가입률 85%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 비정규직 가입률(41.5%)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남성 전일제, 여성 시간제 고착화할 수도”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개를 창출하고 이 중 93만개(39%)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여성 고용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장지연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면 그동안 고용률 상승의 견인차였던 대졸여성 고용률의 장기 침체를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제 일자리가 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단시간 근로자 2명을 고용한다고 전일제 1명보다 실근로시간이 꼭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단순 고용률만 높아지고 노동공급이 확대되지 않는 건 재계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고용률을 높이는 데에만 치중하면 기존의 일자리를 쪼개는 식이 돼 고용의 질이 더욱 하락하고 ‘남성은 전일제, 여성은 시간제’라는 식으로 노동시장 성별 분리와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질의 시간제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시간제와 전일제 간 상호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과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비례보호가 적용되는 가운데 남녀가 고르게 시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네덜란드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려면 멀쩡한 일자리를 쪼개 시간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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