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민주화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복지 확대로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다. 100%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박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었지만 개혁적인 공약을 내걸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 국민 앞에 선 셈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담화는 새로운 내용이 없고, 신년 기자회견의 ‘재탕’이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행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러지 못했다. 창조경제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했다. 박정희 식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라는 박 대통령의 주장은 70년대로 돌아가자는 구호였다.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만 있고, 미래 비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는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반영됐다. 규제완화와 서비스산업 육성 그리고 공공부문 민간개방 확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2017년에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4·7·4 비전이다. 이명박 정부의 7·4·7(7%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공약을 모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둘 다 숫자로 비전을 표기해 어감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의 7·4·7 비전은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의식했는지 4·7·4 비전을 실현한 수단을 제시했다. 그런데 담화에 반영된 그 수단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걸었던 ‘줄·푸·세’ 공약과 닮았다.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책들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본질은 이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공약은 이번 담화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국정기조가 바뀐 셈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의 경제민주화 관련법 제·개정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경제활성화라는 이유를 달았다.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4대 중증질환 치료비 공약이나 기초연금 20만원 즉시 지급 공약은 철회되거나 후퇴됐다. 취임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공약 후퇴나 폐기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규제완화, 경쟁체제 확대, 공공부문 민간개방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겠다고 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고 포장했지만 결국 도로 줄푸세였다.

노동정책도 같은 기조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노사관계 생산성 향상’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대화와 타협의 관계로 바꿔야 한다”며 “임금과 생산성 간 연계를 강화해 정·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해고 요건을 강화해 고용보호 격차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사관계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자는데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화와 타협은 누가 가로막고 있나.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법외노조화, 민주노총 경찰 투입으로 노정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세계 최하위의 노사관계 생산성이라는 결과는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자초한 셈이다. 하지만 담화에서 꽉 막힌 노정관계를 푸는 조정자로서의 대통령 언급은 들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그저 통치자로서 노사관계를 바라본다. 그러니 대화와 타협을 주문만 할 뿐이다. 노사정 대화는 국회가 주선하고, 대통령은 말씀만 하신다. 이러면 박 대통령이 “모두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한들 진정성이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계가 꿈쩍도 안하는 까닭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잘못 짚었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비정규직 해고요건 강화 등을 공약했다. 이런 약속을 지키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공약은 정부 재원배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일자리 투자마저도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박근혜 정부가 내건 대부분의 노동공약은 실현 불가능하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는 최근 심포지엄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격상 개혁적 노동정책은 처음부터 모순덩어리인 데다 실행이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 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노사관계 생산성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