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난 즈음 다시금 강조되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1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통상임금과 노동시간단축·정년연장에 대해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고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박 대통령의 뜻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를 쫓아다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노동계가 생각하는 ‘사회적 대화의 조건’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모두 지난해 12월22일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방통행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그저 사회적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만 한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대화의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14일 노사정과 국회가 참여하는 노사정소위를 구성하고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노사정과 국회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회적 대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대화하자면서 일방통행, 진정한 파트너십 보여 줘야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노동무시·노동경시 일방통행을 지속하다면 사회적 대화는 요원하다. 노사정 대화의 조건은 진정한 파트너십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말로는 대화하자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저 따라오라는 식이다. 노동시간단축도 그렇다. 노사정이 대화로 풀자더니 정부는 또 일방적으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관련 법 개정을 2년 뒤로 미루겠다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어떻게 대화로 풀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구성된 것은 노사정 대화기구라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다음 주 중 긴급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국회 노사정소위 참가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이다. 노사정소위는 논란 중인 통상임금 문제를 대법원 판결 취지에 기초해 풀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아울러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문제도 법원 판례 취지에 맞게 즉각 시정해야 한다. 정년 60세 역시 이미 법제화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런 쟁점에 국회가 대화의 물꼬를 터줬으니 앞으로 정부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태도를 접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정부는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노사자율을 부르짖던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실타래가 더 엉키고 있다.

앵무새처럼 반복 말고 노동정책 변화가 먼저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부는 입만 열면 노사정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100일도 안 돼 쌍용자동차 희생 노동자들의 대한문 분향소를 새벽에 강제 철거했다.

양대 노총이 반대하던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내리꽂았다.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고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합법적인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 파업투쟁을 불법화하고 급기야 민주노총의 심장마저 경찰의 군홧발로 침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정책실패로 인한 채무를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의 대화 복원으로 신고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노동 분야의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정년연장 등 노동현안에 대한 전향적인 정부 입장, 그리고 야만적인 손해배상·가압류 근절을 위한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사정 대화는 노 대 사·정의 불공정한 틀일 뿐이다.

노동계에 정부 불신 허물 수 있는 신호 보내야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민주당 국회의원)

그간 정부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철도 민영화 정책 등 고용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치고 있다. 선포에 앞서 노동계와 대화가 필요한 정책들이다. 정부는 개혁을 빌미로 이런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실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상대인 노동계를 개혁 대상으로 지목해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를 아무래 외쳐도 노동계가 이를 불신하는 것은 정부의 일방통행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면 불신의 벽을 깰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대화에 참여하면 생산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노동계도 대화를 통해 정부의 문제점과 자신의 주장을 펼쳤으면 한다. 노동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사정소위도 정부의 뜻이 관철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대 노총이 대화에 참여해 줬으면 한다. 근로시간단축·통상임금·시간제일자리·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정이 논의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노사는 물론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테이블에 마주 앉음으로써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대화의 전제조건은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배타적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대화가 잘 안 되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다.

사회적 대화 주도적 참여로 경영계 입장 제시하겠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올해 노동시장 현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법제화된 60세 정년 의무화와 관련해 노동계는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판결 적용시점에 대한 논쟁 등 현장의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조만간 예정된 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 중복 지급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도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올해 사업목표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정했다.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적합한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고, 선진노사관계 법·제도 구축을 통한 법과 원칙을 재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용경직성 해소와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 70% 달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더불어 노사관계 안정화와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경영계의 합리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이다. 노동계의 투쟁 압력과 과도한 입법 요구에 맞서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하자는 것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지금 노동계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임금·고용·근로시간 등의 문제는 근로자의 삶과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의제다.

그렇기 때문에 견해차가 있더라도 노사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결과 갈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과정으로 가는 첫걸음이 중앙 단위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 정상화를 향한 과정에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고 있다.

그 과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나선 만큼 국회의 주선하에 사회적 대화가 소기의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모든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려울 테니, 기초적인 대화의 틀을 만든 후 남은 과제는 노사정위원회의 복원을 통해 풀어 가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이 바라는 길이다.

현재 노동계가 노사정위 대화 복원의 전제로 공공기관 개혁이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서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하자는 것이 아닌가. 폐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공공기관 정상화와 통상임금에 대해 지탄 없이 서로의 의견을 나눈 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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