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민주노총이 외쳐 온 국민파업의 날이다. 그러나 ‘국민’파업은커녕 조합원들 대부분이 참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도 없다. 총파업이 가볍다. 금속노조 사업장 조합원 얼마가 참여하는 파업이고 나머지는 기껏해야 간부파업이거나 집회 참석이 25일 총파업이다. 파업. 근로관계에서 근로시간이 더 이상 근로시간이 아니다. 근로계약·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일해 줘야 한다고 정해 놓은 시간이 그 의미를 잃는다. 이 세상의 계약이, 그 계약을 지켜져야 한다고 노동자의 시간을 통제하던 법이 통제력을 잃고 마는 파업에서 근로시간은 그 정체를 드러낸다. 사용자의 소유였던 근로시간은 노동자의 것이라고 그 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이 태어나던 날, 시간도 태어났다. 자본의 세상은 노동자의 시간을 빼앗아 근로시간이라고 계약하고 법으로 강제하면서 태어났다. 이 세상에서 근로시간은 노동자가 사용자에 복종해야 하는 시간이다. 법과 법원의 판례는 그것을 사용종속관계,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국가의 법은 최장의 근로시간을 정해서 규제했다. 노동제였다. 저 19세기 초 공장법에서, 그리고 1919년 ILO(국제노동기구) 제1호 협약에서, 세계 각국의 노동법에서 노동제에 관한 규정을 뒀다. 대한민국에서도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노동제를 뒀다. 그런데 노동제가 이상하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제가 능욕을 당하고 있다.

2. 대한민국 노동법에서 노동제는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으로 태어났다. 1953년 5월10일 제정돼서 같은해 8월9일 시행된 제정 근로기준법은 제42조1항 본문에서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하도록 하는 노동제를 도입했다. 이것이 일 8시간, 주 48시간으로 도입했던, 대한민국의 법이 정한 최초의 노동제였다. 이미 1919년 10월29일 워싱턴 총회에서 ILO는 공업적 사업에 1일 8시간, 1주 48시간의 노동제에 관한 제1호 협약을 채택했다. 1935년 6월4일 제네바 총회에서는 1주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제47호 협약을 채택하고, 이를 생활수준의 저하를 초래하지 않는 방법으로 적용하는 주 40시간제의 원칙으로 도입해야 함을 천명했다. 그러니 1953년 근로기준법으로 도입한 대한민국의 노동제는 적어도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의 노동제임이 틀림없어야 했다. 그런데 제정 근로기준법 제42조1항은 위 본문 뒤에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단서를 정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근로시간은 근로계약 등으로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당사자의 합의로 정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이 단서조항을 규정 그대로 당사자 간의 합의로 1주일에 6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순간 제1항 본문은 노동제로서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단서가 본문을 부정·폐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것은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 노동제에 관한 법의 자살이다. 따라서 여기서 당사자의 합의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만 했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단체협약 등 근로시간을 정하는 일반적인 당사자의 합의, 즉 제1항 본문의 근로시간을 정하는 당사자의 합의가 아니고, 그와 다른 당사자의 합의라고 해석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단서와 같이 규정한 입법자의 입법기술상의 잘못으로 인해서 단서는 본문의 예외가 아닌 본문을 대체하는 일반조항이 된다. 1953년의 대한민국은 19세기 공장법 아래의 노동제 수준인 1주간 60시간 노동제를 선언한 노동착취의 야만의 나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단서에서 규정한 당사자의 합의는 근로계약, 단체협약으로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정하는 근로시간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가 아니라, 이렇게 정한 근로시간을 두고 있음에도 이를 연장해서 근로를 해야 하는 시기에 그 연장근로 직전에 하는 당사자의 합의라고 읽어야 한다. 당연히 이렇게 단서는 해석돼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을 외면해서 대한민국에서 노동제에 관한 법이 집행됐다. 노동부의 행정해석도, 법원의 판례도 그랬다. 그 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본문은 법정근로시간으로, 단서는 연장근로로 별도의 조문으로 편재돼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제50조와 제53조에서 이에 관해 정하고 있다. 이제 노동제에 관한 조문의 본문과 단서는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에 관한 문제로 구분돼서 논의되고 있지만 위에서 살펴본 단서에서 1주간 60시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한 당사자의 합의는 1주간 12시간 연장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당사자의 합의로 변경돼서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제에서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는 근로시간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위에서 살펴본 노동제에 관한 논의지점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은 채 머물러 있다. 법원은 계속해서 연장근로에서 당사자의 합의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개별적 합의를 의미하고, 이와 같은 개별 근로자와의 연장근로에 관한 합의는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할 필요는 없고 근로계약 등으로 미리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개별 근로자의 연장근로에 관한 합의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단체협약에 의한 합의도 가능하다고 판결해서 단서를 본분의 노동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법집행해 왔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누5796 판결;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9228 판결; 대법원 2006.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등). 그나마도 1일 8시간, 1주간 48시간(현재는 40시간)의 노동제가 당사자의 합의로 12시간을 연장근로 할 수 있도록 해서 부정됨으로써 실질적으로 1주간 60시간(현재는 1주간 52시간)의 노동제로 대한민국에서 노동현장에서 법이 집행되고 있지도 않다. 노동제는 얼마라도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국가가 형벌까지 가해서 금지하는 근로시간의 최장수준을 규제하는 제도다. 그런데 수도 없이 말해 왔듯이 대한민국에서는 1주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당사자의 합의로 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과 별개로 휴일근로도 당사자의 합의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노동부는 행정해석해 왔다. 그로 인해서 휴일근로 2일이면 16시간까지 추가로 근로할 수 있는 것이고 이에 더해 휴일의 연장근로까지 한다면 대한민국 국가가 규제하는 근로시간은 주 68시간 이상으로 사실상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노동제는 존재하지 않는 거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해 왔다. 그러니 세계 최장수준의 근로시간을 대한민국은 기록해 왔던 거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던 고등학생이 주야맞교대와 휴일특근으로 주당 최대 58시간을 일하다 사망한 일까지 있었다. 이 사망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지속적인 연장근로 등이 뇌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쳤다며 업무상재해로 승인했으니 그야말로 살인적인 장시간근로가 초래한 참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같은 근로시간으로 일하는 것이 당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뿐만 아니라 정규직까지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이 나라에서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제를 부정한 국가의 법집행으로 혹사당하고 있다.

3. 통상임금에 이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 대법원 판결의 선고를 앞두고 시끄럽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경총 등 사용자들의 단체를 중심으로 사용자들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1주간 40시간에 더해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근로 12시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으니 일요일 등 휴일이 1주일에 속한다는 것이 명백하므로 당연히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용자 자신조차도 그렇게 알고서 살고 있는 1주일의 삶을 노동자에게서는 근로시간으로 빼앗고자 모른다며 노동자를 기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법을 우롱한 행정해석이 초래한 장시간 근로의 실태는 노동자조차 1주간에 휴일근로를 포함해서라도 52시간까지만 일하고서 살아야 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지 못할 지경이다. 법원이 법정근로시간, 즉 노동제에 관한 법에 관한 몰이해로 연장근로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와 구별하지 않는 판결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조차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까지만 일하며 살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까지 구성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논의하고,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의 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근로기준법이 그렇게 해석돼야 하는 것을 입법하겠다고 대한민국 국회는 논의하고 이런 국회를 두고 사용자의 단체들은 우려를 표한다고 야단이다. 이런 일은 얼마 전부터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서부터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변경해서 노동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면 되는 일을 그것을 하지 않고서 근로시간단축을 위해 입법 추진을 하겠다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대체가 이상한 대한민국이다. 법의 해석을 통해 명백한 것을 두고서, 노동제에 관한 법의 취지에 맞게 해석하면 될 것을 두고서 고용노동부·법원·국회·사용자단체까지 야단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노동제에 관한 노동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만이라는 것으로 하나다. 2014년 2월, 노동자의 노동제를 능욕하고서 대한민국은 요지경으로 하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