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 애초 청년에게 노동조합은 자신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자신의 일에 ‘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여 본 적이 없는 파트타이머에게, 정규직 노동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노동’이라는 단어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취업준비생에게, 12년에 이르는 공교육 제도 내에서 단 한 번도 ‘권리로서의 노동’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노동조합은 너무나 멀리 있다.

사회의 변화는 필요를 만들어 내고, 그것에서부터 새로운 대응이 나타난다. 2010년 3월13일 스스로의 조직과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청년들이 자기 세대의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미조직 상태로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노동들’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4월30일 청년유니온이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비로소 청년들은 헌법의 노동 3권을 직접 실현해 나갈 길을 열게 됐다.

이제 청년노동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정해진 길이 없는 만큼 지금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청년노동조합운동의 노선이 될 것이다. 상상하는 만큼 도전할 수 있고, 어떤 지점의 벽에서 한계에 봉착하더라도 그 다음을 노려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노동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화 및 교섭모델을 어떻게 그려 갈 것인가. 당장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기는 어렵더라도, 청년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특정한 업종·직종별 노동시장에 우선적인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다.

지금까지처럼 피자 배달노동자·미용실 스태프·보습학원 강사·대형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업계의 파트타이머·특성화고교 현장실습과 연동된 고졸취업 노동시장에 주목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한다면, 노동과 교육의 애매한 위치에 방치되고 있는 청년인턴들의 단결권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조합원이 되지 못하는 조건의 계약직·간접고용 청년노동자를 폭넓게 모아 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있다. 이런 시도들 끝에 하나하나의 새로운 ‘○○유니온’들이 생겨날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질 교섭모델은 결국 ‘사회적 교섭’ 전략으로 수렴된다. 청년노동의 특성상 사업장별로 산개해 싸우는 방식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다. 개별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설정한 토대 위에서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와 캠페인을 통해 사측과 협상테이블을 구성했던 사례를 하나의 교섭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커피전문점 사업 당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제 ‘법적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종·직종별 청년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과 교섭권을 무기로 업계 전반을 규제할 수 있는 ‘포괄협약’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한편으로는 정부·지자체와의 교섭을 통해 청년노동·일자리 문제의 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 참여해 청년노동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조합원을 기본으로 하되, 조합원과 사업장의 범위를 뛰어넘어 청년노동의 사회적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2일 조합원 1천여명의 3기 청년유니온이 출범했다. 청년들은 ‘청년이 만드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자신의 역할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이 청년노동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2세대 노동조합운동의 차세대 주체로서 청년들이 한국 사회 노동운동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새로운 노동운동을 만들어 보겠노라 나선 청년들이 지금 또 하나의 장을 연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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