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올해 현대자동차 임금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54·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지부장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동 3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민주노총이 5월 또는 6월에 시기집중 임단협을 통한 총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6월이면 (파업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측은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과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끝날 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25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지부의 계획은.

“정부는 철도를 민영화하고 있고 민주노총 건물을 침탈했다. 노동계와의 대화를 단절시켰다. 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인 지분이 있는 한국노총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을 정도다. 대중의 분노를 모아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기로 했고 금속노조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였다.

그런데 16개 가맹조직 중 실질적으로 총파업을 하겠다는 곳은 거의 없다.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를 막으려면 해당 사업장 노조들이 정부에 맞서서 투쟁해야 한다. 찬반투표 결과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가부를 떠나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생각이다. 25일 권역별대회에 조합원들을 최대한 참여시킬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있고, 조합원들에게도 정권에 대한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부장과의 인터뷰는 현대차지부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19일 오후에 진행됐다. 지부의 투표 결과 파업에 찬성한 조합원은 재적 대비 40%에 미치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20일 중집회의에서 확대간부 파업과 권역별집회 최대한 참석, 가능한 사업장 파업돌입을 지침으로 결정했다. 이 지부장은 “지부 운영위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통상임금 지침, 현대차지부 겨냥한 것”

- 올해 통상임금이 최대 이슈다. 현재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진행 중인데.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노동 3권이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갑을오토텍이란 사업장에 대한 것이지만,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가 부랴부랴 지침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가관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족쇄를 채웠다. 월 15일 이상 일한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아니라고 예시를 들었다. (기준 기간 내 15일을 일해야 지급하는)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을 겨냥한 듯하다. 차라리 시급쟁이인 현대차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하지 그랬나.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4만5천명을 기만했다.

대표소송은 그대로 진행하고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다. 임금협상에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내용의 별도요구안을 제출할 것이다. 노동 3권이 보장된 범위 안에서 회사와 붙을 것이다. 6월이면 (파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이 열릴 것이다. 계열사 노조들과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월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총에서 현대차지부의 6월 쟁의행위를 기대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나더러 합리적이라고 하는데, (정부와 회사가) 요건을 만들어 줘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보완, 삶의 질 향상 주력”

-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 지 1년이 다돼 간다.


“주말특근이나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다. 그러다 보니 주 6일 근무가 고착화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근무체계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임금·생산량을 보전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것이므로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앞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호회 활동 같은 취미생활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변한 게 없다고 느낄 것이다. 조합원들의 여가활용을 위해 전원주택 보급 등을 고민하고 있다. 노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제도를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조만간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가 다시 가동된다. 여기서 월급제 시행이나 복지확대를 논의한다. 2016년부터 예정된 '8시간+8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 내년에는 시범실시를 해야 한다.”

- 근로시간단축과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나.

“주간연속 2교대제와 맞물려 주 52시간만 일하도록 근로기준법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노동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정년연장 역시 법에 따라 2016년부터 시행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 현대차에서 시행하고 있는 ‘58세(정규직)+2년(계약직)’ 제도는 보완해야 한다. 선배 조합원들에게 지적을 많이 듣고 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 정책을 만들어 회사에 요구할 것이다.”

“불법파견 문제, 노사 모두 진정성 있어야”

-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한 해법은.


“24일 지부와 비정규직 3개 지회·금속노조가 회사측과 실무협의를 한다. 회사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 3개 지회가 요구한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볼 것이다. 아울러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마무리될 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신규채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회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본교섭이 재개될 것이다.

사측은 물론 노조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3개 지회는 내부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 교섭하는 도중에 노조끼리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하고, 교섭이 파행으로 치닫는 과거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교섭을 안 하는게 낫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불신만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지엠이 물량부족과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현대차에서도 해외공장 확대와 저생산성 논란이 제기되는데.

“현대차의 모기업은 울산공장이다. 모기업의 노사관계에 신뢰가 없으면 해외에서도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이어 가지 못한다. 모기업이 안정돼야 해외공장도 잘 돌아간다. 지난해 회사가 언론을 통해 해외공장 확대설을 흘렸는데, 그렇게 하면 해외공장이 잘 돌아갈 것 같은가. 국내에서 판매율이 떨어지면 해외공장이라고 해서 잘 팔릴 것 같은가. 해외공장에서 만든 것을 국내로 역수입하는 것도 (노사단협 때문에)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지엠처럼 공장과 설비가 남아도는 곳이 아니다. 이제 막 해외공장이 안착되는 단계인데 국내 노사관계가 삐걱대서야 되겠는가. 현대차가 어려울 정도로 국내 판매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도 긴장을 풀어선 안 되겠지만, 회사도 노동자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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