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노동법률상담소)

상담소에는 평소 실업급여에 대한 문의가 많다. 당장 회사를 퇴사하고 나면 생계가 막막하니 실업급여에 기대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실업급여가 실업상태의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 좋은 제도임은 확실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운영상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이직확인서를 무조건 회사가 써서 제출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직확인서가 고용센터에 들어와야 노동자는 수급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회사가 잘못 쓴 경우에는 이를 바로잡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직확인서의 주요 내용은 입·퇴사일, 근무기간 중 임금, 퇴사 사유다. 해당 내용은 모두 노동자가 스스로 작성할 수 있는 사항이다. 오히려 퇴사사유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회사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영상 이유에 의해 권고사직을 당했어도 회사가 자진퇴사로 써서 넘기면 노동자는 자기의지로 퇴사한 것이 아닌데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해고를 당해 생계가 막막한데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한 가지 답답한 것은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어 퇴사하는 경우다. 고용보험법에서는 ‘체력의 부족, 심신장애, 질병, 부상, 시력·청력·촉각의 감퇴 등으로 피보험자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고, 기업의 사정상 업무종류의 전환이나 휴직이 허용되지 않아 이직한 것이 의사의 소견서, 사업주 의견 등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자발적 퇴사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요건을 법에서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아파야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기도 어렵고, 실무적으로 고용센터 담당자의 재량이 넓게 인정되고 있다.

게다가 질병 등의 이유에도 휴직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사업주가 협조해 줘서 사업주 확인서를 받으면 수월하겠지만 사업주가 써 주지 않는 경우에는 진단서도 있고, 질병으로 인해 퇴사하는 것이 확실해도 실업급여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가 병가 자체를 쓰기도 어렵고 대부분 구두로 휴직을 요구하고 구두로 거절당하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상담하러 왔던 한 요양보호사는 상처난 손가락이 감염돼 보름 정도 입원치료를 했지만, 통증이 심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치료할 수 있도록 휴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손가락이 아파 일을 못하니까 미안한 마음에 회사를 스스로 나왔다. 뒤늦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회사는 사업주 확인서를 써 주지 않았다.

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휴직제도가 없다고 했던 사업주는 고용센터에 그간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취업규칙을 들이밀면서 노동자가 휴직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요양보호사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해서 회삿돈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사업주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재정 문제와 부정수급 문제 때문에 요건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부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제로 실업급여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도 못 받는 사례가 많다. 이와 관련해 제도 변경이나 대책 마련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고용센터가 포상금을 걸면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열정을 쏟는 만큼 수급대상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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