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던 이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쏟아낸 말들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공공기관노조가 연대해 정상화 개혁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심히 우려스럽고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을 방해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공공기관 정상화의 야전사령관을 자처한 현오석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를 지원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모양새다. 현 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부문노조를 겨냥한 개혁 몰이에 한창이다. 그런데 전쟁에 나선 장수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개인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린 현 부총리에 대한 경질론이 불거진 탓이다. 자칫 뽑아든 칼을 칼집에 다시 넣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것도 “저항하지 말라”며 노동계에 채찍을 들었다. “막대한 공공기관 부채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비판해 온 노동계를 직접 거론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행정의 수장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반대의 소신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노동계에게 날선 경고를 한 다음날(11일) 방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먹을 쥐고 있으면 악수를 할 수 없다. 일단 주먹을 펴고 서로 악수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방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는 노동계를 설득할 복안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방 장관이 답변한 얘기다. 방 장관은 또 “조건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사회적 대화 파트너이고, 필요하다면 양대 노총 모두 만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임금·근로시간·근무형태 등 기존의 고용노동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신고용노동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와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활용한 지역·업종 단위 사회적 대화로 시급한 노동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쯤 되면 박 대통령과 방 장관이 손발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엇박자로 가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지난해 12월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 후 노사정 대화가 중단된 지 두 달여가 지나고 있음에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니 손에 힘 빼자고 하는 방 장관의 얘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날선 경고를 하는 반면 방 장관은 주먹을 펴고 악수하자고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인가.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노사관계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도 갈지자걸음이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미래창조형 상생 노사관계’라는 거창한 말을 앞세우며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며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전교조와 대화하면서 ‘노조인정 논란’을 해소하려 했다. 그런데 이런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다. 노동부가 전국공무원노조·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하면서 대화모드에서 강경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방 장관이 직접 추진한 사안임에도 뒤집혀 버렸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이런 흐름의 정점이었다.

정부가 주는 메시지는 어제와 오늘이 달라선 안 된다. 그러면 내일이 없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도 달라선 안 된다. 정부가 주는 메시지의 일관성이 없으면 악화된 노정관계는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노동계를 때리기 전에 정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파티는 끝났다’며 꾸짖거나 ‘저항하지 말라’며 으름장부터 놓지 말아야 한다. 부채의 원인을 두고 노동계와 진지하게 논의했는지 살펴보라는 얘기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노동계에게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만이다. 공허한 말의 성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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