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일과가 끝난 시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10년 넘게 청소·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비정규 노동자 10명이 청천벽력 같은 해고통보를 문자로 받았다. 새해 첫날부터 거리로 내몰린 해고노동자들은 지금 비닐 한 장, 깔판 하나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자원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의 설움을 누구보다 절박하게 느꼈다. 때문에 5년 전 노조를 결성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해 왔다.

공사는 수의계약 및 입찰시 시방서에 고용승계를 명문화했다. 이번에 공사와 계약을 맺은 용역회사(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두레비즈)에게도 몇 번이고 고용승계 부분을 확인했다고 노조에 말해 왔다.

새로운 용역업체는 직원들을 파악한다며 고용승계 여부와 관계없는 형식적인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2~3분간의 개별면접 이후 1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일면식도 없었다. 고작 2~3분간의 면접으로 해고대상자를 선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그간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한 간부들이 대부분이다.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노조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물어보라. “당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이가 누구인가?”

그러면 한결같이 “원청”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청·용역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업체 폐업'이나 '근로계약 해지'를 동원하는 것은 원청이다. 간접고용노조의 투쟁에 대해 고소·고발, 손배·가압류로 탄압하는 것도 원청 자본이다.

공사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조직된 공공운수노조 수자원공사지회는 2012년에 파업을 했다. 당시 공사는 파업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했다. 용역회사는 신속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지금까지도 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은 재판·벌금으로 옥죄였는데, 이번에는 새해 첫날 고용승계마저 거부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2012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은 용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체결 단계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사항 위반시 계약해지, 계약 내용 홈페이지에 공개, 계약체결 후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강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용역회사는 지난해 12월10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조건 이행확약서까지 작성했는데도 해고를 자행했다. 명백한 계약위반 행위다. 공사는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두레비즈와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정부 지침까지 어겨 가며 10년 이상 일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해고한 공사는 집단해고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공사는 계약위반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즉각 해지하고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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