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세대 대기업 정규직 사원과 프로그래머·월간지 기자·사회적 기업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이들이지만, 직장생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이내 “우울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스펙 사회'를 뚫고 사회인이 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데다, 임금수준을 비웃을 만큼 업무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언저리에서 청년유니온 주최로 열린 ‘직장인 미생 모임’을 찾았다. 미생(未生)은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라는 뜻의 청년세대의 애환을 다룬 유명한 웹툰이다.

이날 자리는 청년유니온이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청년 직장인들의 고민을 듣고 이달 22일 새롭게 출범하는 3기 집행부의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밤낮 없이 일해도 '최저임금 언저리'

김민정(34·가명)씨는 방송국 파견직부터 노조 상근직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최근 사회적 기업에 입사했다. 그런데 유명세만큼이나 업무강도가 높다. 일 욕심과 사람 욕심이 많은 사회적 기업 대표는 직원을 많이 뽑아 경쟁을 시킨다고 했다.

김씨는 “파견직을 전전할 때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이직을 해도 항상 신입이라 답답했다”며 “맡은 업무가 많지만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잦은 야근으로 인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불쌍한 금요일이라고 한다”며 “친구와 약속이 있어 제 시간에 퇴근하려고 하면 (상사는) 인간관계가 다 끊겨야 활동가라고 말한다”고 하소연했다.

월간지 기자로 일하는 최현철(34·가명)씨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최씨가 근무하는 잡지사는 최씨를 제외한 직원 모두가 사장의 가족이다. 그런 탓에 최씨는 직장생활의 고민을 나눌 회사 동료가 없다고 했다.

최씨는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면, 일은 못하면서 돈만 밝히는 놈이라는 소리가 돌아온다”며 “평일과 주말 없이 일하는데 받는 돈은 최저임금밖에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용불안에 떨고 성과 인정 못 받아

공공기관에서 파견직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이재유(27·가명)씨는 IT업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씨는 한 공단의 파견직 프로그래머로 일할 당시 직원들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공단 직원은 자기가 만든 것처럼 보고한 뒤 상여금까지 챙겼다. 이씨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끝내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 사원인 박성경(29·가명)씨는 2년에 한 번씩 계약직 대상 업무교육을 실시한다. 계약직 사원이 2년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박씨는 “같이 일한 동료를 2년마다 보내는 것 때문에 심신의 피로가 심하다”며 “계약직 사원들도 오래 일할수록 업무숙련도가 늘어 회사에 도움이 되는데, 2년마다 바뀌니 오히려 회사의 손해”라고 설명했다.

이날 2시간에 걸쳐 청년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김민수 청년유니온 3기 위원장 후보는 “청년유니온 조합원은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며 “다양한 커뮤니티와 기획을 통해 조합원들과 접점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현철씨는 “청년유니온이 청년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많이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22일 오후 서울 을지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3기 임원선거를 치른다. 김민수 위원장 후보와 오세연 사무국장 후보가 단독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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