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대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소5258885 임금

사건의 경위

이 사건 회사는 유통업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노동자들이 연장근로를 해도 노동자들이 회사가 정한 방식대로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았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이 연장근로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하면 난처해하거나 불쾌해하면서 회사가 연장근로를 승인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맘 편히 연장근로 승인신청을 하지 못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교대근무시 업무를 인수하거나 퇴근시간 무렵에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매일 조금씩은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행해지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사전에 승인을 신청할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세일 행사가 있을 때나 명절 때 행해지는 장시간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매번 사전에 승인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회사의 노동자 2명은 회사의 이러한 처사가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연장근로시간을 기록해 회사에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회사 내에는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장치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연장근로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들은 그 수단으로 IT노조가 연장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야근시계’라는 명칭의 앱(app)을 사용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이 출퇴근시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이 앱을 누르면 그 시간과 위치가 이메일로 전송돼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져서 연장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노동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확인된 연장근로시간을 토대로 회사를 상대로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했다.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이 앱을 사용해 확인한 출퇴근 시간을 진정한 출퇴근 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또 회사가 노동자들이 연장근로를 하기 전에 회사의 승인을 얻도록 방침을 정했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지다.

법원은 이 앱을 사용해 확인한 출퇴근 시간을 진정한 출퇴근 시간으로 인정했다. 회사측은 노동자들이 이 앱을 임의로 조작했을 수도 있고, 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고 회사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나 법원은 그런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현실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함에도 사용자측이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장근로신청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직장이라면 연장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거나 연장근로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연장근로한 시간에 대해서는 그에 상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에서 가장 크게 주목해야 할 점은 법원이 노동자 스스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기재한 연장근로시간을 진정한 것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기재한 연장근로시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연장근로수당은 당연히 연장근로시간이 인정될 때 지급된다. 그런데 회사가 연장근로시간을 기록해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은 노동자라면 자신의 노트에 연장근로시간을 기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그 시간이 진정한 근로시간이라고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로서는 고육지책으로 이런 방안을 선택했지만 법원은 형식적 증거법칙에 따라 객관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앱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다. 앱을 누른 시간과 함께 그 위치까지도 이메일에 남도록 해 객관성을 높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시간이 근로시간이라는 것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주장한 대로 노동자가 앱을 조작했을 가능성과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은 채 회사에 머물러 있었을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법원은 그런 이론적 가능성에도 이 앱이 남겨 놓은 흔적을 신뢰했다. 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법원은 노동자들이 앱을 조작하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필경 회사가 노동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기록한 마당이라면 회사가 제기하는 다소의 의구심은 회사가 감당해야 한다고 봤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실질적인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원이 앱을 통해 기재한 연장근로시간을 진정한 것으로 인정했으므로, 연장근로를 수시로 하면서도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이 같은 앱을 통해서라도 연장근로시간을 기재해 놓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연장근로시간을 더 확실하게 인정받으려면 이 같은 앱을 사용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만든 노트 등에 연장근로시간과 그 시간 동안에 한 내역을 기재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확실하게 하기를 원한다면 그 노트에 동료 노동자의 서명을 받아 놓을 필요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전에 회사에 노동시간을 기재하는 장비와 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안이다.

이 판결에서 다음으로 크게 주목해야 할 점은, 법원이 노동자가 회사의 연장근로 승인 시스템을 따르지 않은 경우에도 실제로 연장근로를 했다면 회사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점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점을 확인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은 연장근로를 하면 무조건 지급돼야 하는 것이지 그 외 다른 어떤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회사들이 연장근로의 요건을 엄격히 만들어 놓고 이를 충족한 경우에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 왔는데 이의 부당성이 이 판결을 통해 명시적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 판결에서도 언급됐지만 회사가 연장근로를 줄이기 위해 연장근로의 절차와 요건을 정한 것 자체는 그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연장근로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절차와 요건을 근거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바, 현실적으로 행해진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응당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맺으며

해당 회사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매우 민감한 회사였다. 하루 근무시간을 7.5시간으로 정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라면 매우 선진적인 제도를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8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보면 그렇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회사가 연장근로를 할 때 사전에 승인을 받게 한 것도 그 이유가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역시 선진제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회사의 진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연장근로를 해야만 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법원을 통해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최소한의 상식을 유지한 판결로 그에 응답했다. 회사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이 앱을 조작했다거나 일도 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머물러 있었다는 주장은 다시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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