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병균 사무총장. 정기훈 기자
"그나마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세종시로 내려가고, 노사갈등 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 건물 안에 있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 수요자 관점이 없을 뿐 아니라 노동에 대한 배려와 개념이 없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노동계와 대화하자는 것은 노동계를 들러리 세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새 집행부와 박근혜 정부의 향후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공기업 정상화 대책은 지금의 긴장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소지가 높다. 김 위원장은 '강성'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내가 붙인 적은 없다"면서도 "노동권을 유린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노사정위 불참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화 복귀의 구체적인 조건이 있나.

"이번 사태는 내셔널센터 경찰 난입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면에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포함돼 있다. 대화 복귀는 전적으로 정부에 달려 있다. 내셔널센터 경찰 투입에 대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정 어린 대화들이 오갔다. 금융특위나 한국전력공사 배전분할 문제를 비롯해 많은 문제를 노사정위에서 해결했다. 그런데 지금 노사정위는 식물기구로 전락했다. 정부는 성의를 가지고 대화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소통창구가 전혀 없다."

- 공기업노조의 경영참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공기업 정상화 대책만 가지고 이야기해도 1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노동자 경영참여로 문제가 될 것은 거의 없다. 지금 520조원의 공기업 부채 가운데 임금·경비 관련 비중은 1.2%밖에 안 된다. 문제는 정부의 보여 주기 식 '실적 위주 부채 줄이기' 정책이다. 방만경영은 경영진이 한 것이지 노동자가 한 게 아니다. 과거에도 공기업을 개혁한다고 감사원을 동원해 120가지 매뉴얼을 정하고, 노조위원장 방까지 체크했다. 경영 전반의 핵심 알맹이는 빠지고 국민에게 보여 주기 식으로 유치하게 실적 올리기 형태로 공기업 개혁을 한 것이다.

지금도 (기획재정부가) 이면합의 다 까발려서 어떻게 해 보겠다고 한다. 사실 이면합의 자체가 별 내용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을 선진화한다며 휴일을 다 줄였다. 이제는 생일케이크를 없앤다고 하더라. 과연 이런 것이 공기업 개혁인지 묻고 싶다."

-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노사정위가 아니라 국회에서 노동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배경은.

"노사정위 임금근로시간특위와 별개다. 국회에 특위를 제안한 것은 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는 물론 노동기본권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논의를 해 보자는 것이다. 과거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당시에 각계 전문위원을 위촉해 내용을 심도 있게 토론하고 입법활동을 벌인 적이 있다."

- 한국노총에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주문이 많다. 실천방안이나 구상이 있다면.

"임원선거 과정에서 혁신과 소통을 강조했다. 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노총이 정부와 손을 잡고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많은 협조를 했다. 그런데 노동자만 희생됐다. 내셔널센터인 한국노총이 현장의 신뢰를 잃은 계기가 됐다. 그런 줄타기는 하지 않겠다.

내부운영 측면에서는 민주적인 회의시스템을 갖추고 투명하게 조직을 운영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민주노총과 같이 싸울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문제가 많다. 임금이 그대로인 중규직을 만들어 버렸다. 보다 발전된 정규직 전환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조직이 원한다면 정치방침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26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할 의향이 있나.

"정치방침은 현재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등을 포함해 향후 정치방침은 중집회의나 전체 대표자회의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방침이 단결에 저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노총당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정치방침만큼은 전체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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