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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제 김헌정 25] 기다리던 우군,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공무원노조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인간적 모멸을 견디며 살아온 지방자치단체 비정규 노동자들. 고 김헌정 열사는 이들의 눈을 띄우고 희망을 제시했던 등대였습니다. 1998년 환경미화원 노동자들과 첫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의 조직활동 끝에 2천500여명의 동지들과 함께 민주연합노조를 세웠습니다. 민주연합노조는 그의 열정과 헌신을 그리는 마음에 2013년 5월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나의 형제 김헌정’이라는 평전을 펴냈습니다. 비정규직과의 연대가 화두가 된 요즘, 그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글쓴이인 박미경 작가와 책을 발행한 민주연합노조의 양해를 얻어 본지에 김헌정 평전을 매일 1회씩 연재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깊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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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전국단일조직을 향해

경기도 최초의 상용직 집단교섭·정치판을 빗자루로 쓸어버려라!·교육! 교육! 그리고 또 교육!·경기도노조의 새로운 장수들·김헌정, 또 구속되다·“여보, 나는 당신이 필요해!”·하루도 쉬지 않는 경기도노조·내 시선은 전국을 향하고 있다·“우리는 민주노동당”·‘NL’이냐, ‘PD’냐·기다리던 우군,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공무원노조·환경미화원은 공무원보다 적게 받으라는 법이 있나?·이상관 분회장의 신조 “내 밥숟가락은 내가 지켜야”·배홍국 해복투위원장의 다짐 “나는 제일 나중에 복직하겠다!”·4년2개월 만에 단협 체결한 성남분회·지부에게 조합비 50%를 달라?·끝까지 괴롭히는 청소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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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우군,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공무원노조

안양의 청소업체 노동자 74명이 가입하면서 경기도노조의 2004년 새해가 밝았다. 안양분회는 시청의 상용직 노동자들로 조직돼 있었는데, 1월 7일 청소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과 기사들이 대거 경기도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당시 안양시의 청소업체는 11개였다. 11개 업체의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3개의 노조로 나뉘어 있었다. 이 가운데 원진·대정·성일·동양 등 4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군포시로부터 청소업무를 위탁받아서 환경미화원 일을 그만두고 업체를 운영하게 됐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한국노총 출신이다.

노동자에서 ‘사장님’이 된 이 노동조합의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불러 모으더니 엉뚱하게도 노조를 해산시키겠다며 앞으로는 업체별로 노조를 따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 말을 들은 조합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노조는 유명무실해져 임금은 깎이고 근로조건은 악화된 지 오래인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안양시 청소업체들은 2002년부터 행정자치부 환경미화원 임금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고 퇴직금누진제도 없앴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쪽을 알아보기로 했다. 기존 노조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찬희 씨가 “가자! 민주노총으로!”라며, 확실히 결론을 내려 줬다. 조합원들은 곧 경기도노조의 존재를 알게 됐고 고양시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두 번 방문하고는 가입을 결정했다.

안산에서도 그랬듯이 청소업체 사용자들은 악랄하다. 비록 유명무실해진 노조였지만 노동조합 경험이 있던 조합원들은 회사의 탄압과 회유를 예상해서 ‘007 작전’을 벌였다. 노조가입원서를 한 번에 다 받기 위해 봉고차를 동원, 조합원들을 팀별로 약속장소인 식당으로 실어 날랐다. 이 일은 최봉현 씨가 주도했다. 최봉현 씨는 봉고차에 탄 조합원들에게 어디로 가는지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휴대폰도 끄라고 주문했다.

노동조합은 곧바로 사용자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용자 측은 노무사 2명을 대동하고 나왔다. 노조의 요구는 행정자치부 환경미화원 임금기준에 근거한 임금인상과 노조활동 보장이었다. 사용자 측은 단협 체결은 무리가 없지만 대행료가 인상되지 않아서 임금인상은 못한다고 버텼다.

1월 27일부터 4월 16일까지 9차례 교섭이 진행됐으나 결렬됐다. 이때부터 조합원들은 안양시청 앞에서 피켓시위에 나섰다. 사용자 측과 시청은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것인지 공터에 폐기물을 적재할 장소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는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는 대신 거리로 나서 안양시 청소업무와 관련한 행정 부패상이 가득 적힌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6월 22일에는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등 13개 단체가 안양시청소업체 부정비리 척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청소행정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노조의 투쟁에 공무원노조가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03년 과천분회가 단협 체결 투쟁을 벌일 때 과천의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시청에 압력을 넣어 탄압 강도를 낮추도록 한 사례는 있었지만 노조의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지원한 경우는 없었다. 그해 경기도노조와 공무원노조 경기본부는 서로 지지와 지원을 확인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안양분회의 투쟁을 지원하는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민주노동당 안양지역위원회 정성희 위원장이 발 벗고 나섰다.

기자회견 이틀 뒤 성일기업이 조합원 9명에게 해고예고를 통보했다. 성일기업은 석수2동과 3동의 청소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는데 업체 사장이 아프다는 이유로 석수2동 구간의 업무를 시청에 반환했다. 계약변경 요구를 순순히 받아 준 것도 문제지만 시청은 한술 더 떠 석수2동의 업무를 기존의 6개 업체가 나눠 처리하도록 했다.

시청의 이 조치는 업체에게 노조 탄압을 허용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업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핑계로 눈엣가시 같은 조합원들을 자르려 했다. 시청과 업체는 이렇게 죽이 잘 맞았다.

노조는 임금인상안을 낮추고 양보를 했지만 성일기업은 8월 31일자로 조합원 9명을 정리해고했다. 이후 안양분회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결정하는 회의석상에서 김헌정은 부당해고 구체신청은 잠시 뒤로 미루고 투쟁으로 돌파하자고 제안했다.

법률투쟁이 가끔은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충분히 따낼 수 있는 것도 법에 기대는 경우가 생겼다. 안산에서 청소업체들과 싸운 경험을 복기해 보면, 시청은 거의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다. 공무원들은 “소송결과가 나오면……”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안양분회의 신입 조합원들은 김헌정의 제안에 선뜻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수년 이상 조합원으로 있었음에도 노조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해고된 다음 날 경기도노조는 안양분회에 천막농성장을 만들고 집회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조합원들은 난감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김유진 홍보부장이 집회순서를 종이에 적어 최봉현 부분회장에게 전달했다. 최봉현 부분회장은 무슨 신통한 방책이라도 있나 해서 얼른 펴 봤는데 읽는 순간 아찔했다. 대체〈임을 위한 행진곡〉은 무엇이며 ‘선배 열사에 대한 묵념’은 또 어떻게 하는 것인가. 안양분회의 청소업체 조합원들은 경기도노조 가입 이후 거리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집회에 나가기는 했어도 스스로 집회를 이끈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안양분회 청소업체 조합원들은 단결력이 좋았다. 15명이 넘는 핵심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사측의 회유나 탄압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여기에 힘입어 나머지 조합원들도 기운을 냈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지침대로 하루에 두 번씩, 아침 9시 30분과 저녁 5시 30분에 집회를 하고 빈 시간에는 범계역으로 나가 피켓을 들고 시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쳤다.

안양시청 상용직 노동자인 이준휘 분회장은 업체 소속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나가거나 외부투쟁을 가면 천막농성장을 지켰다. 안양분회의 상용직 조합원들은 해고된 조합원들에게 투쟁기금을 만들어 줬다. 안양보다 먼저 해고가 된 평택의 해고 조합원들은 안양 천막농성장으로 와서 숙박투쟁에 동참했다.

김헌정의 예상대로 안양시와 노동부는 안산 때처럼 수수방관하지는 않았다. 참관인 자격으로 교섭에 나왔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터졌다. 원진개발이라는 청소업체에서 정종화 조합원을 해고시킨 것이다. 정 조합원이 대표이사의 멱살을 잡고 욕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정 조합원도 할 말이 있었다. 원진의 대표이사는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정년을 1년 남겨 놓고 있던 정 조합원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나서 조합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마음먹고 대표이사에게 성난 얼굴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원진은 또 그해 정년을 맞은 조합원을 9월 30일자로 해고시켰다. 이전만 해도 12월 31일 퇴직하는 게 관례였다. 노조에 대한 보복은 이렇게 치사했다. 노사 간에 긴장감이 팽팽히 감도는 가운데 9월 18일 토요일 안양시청 1층 로비 앞에 공무원 청소기동반·공익근무요원 수십 명이 진을 쳤다. 노조가 시장실을 점거한다는 소문을 듣고 대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시청의 예상과는 딴판으로 움직였다. 노조는 9월 24일 오후 부분파업을 벌이고 시청 현관 앞에서 농성투쟁에 들어갔다. 전면파업에 들어간 때는 10월 6일이었다. 파업 5일째 되던 날 조합원 5명이 대체근로 투입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선별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원진개발의 관리차장이 작업장에 놓여 있던 식칼을 들고 조합원들을 겨냥해 “다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공공연맹 이호동 위원장까지 안양시청으로 와서 홍희덕 위원장과 함께 사용자 측의 만행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월 16일에는 안양시장을 규탄하는 전 조합원 총력투쟁이 안양에서 진행됐다. 안양분회 조합원들은 10월 19일 경기도청 앞으로 가서 집회를 했다.

마침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자위 소속인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신중대 안양시장과 최봉현 부분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헌정의 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생기면 보수정당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농성을 하거나 구걸할 필요가 없다”고 조합원들에게 말해 왔다.

안양시장이 증인으로 국감에 불려 나간다는 보도자료가 나가자 노조 사무실 전화통은 불이 났다. ‘진짜 안양시장을 조질 거냐?’, ‘증인 채택은 어떻게 된 거냐?’, ‘경기도노조가 요청한 것이냐?’, ‘국감자료가 있으면 달라.’ 경기도청 기자실의 기자들은 경기도노조에 빗발치듯 질문을 해 댔다.

김인수 조사법률국장은 이영순 의원실 보좌관들과 협력해서 질의서 작성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신중대 안양시장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자당 소속인 시장의 증인 출석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를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효과는 만점이었다.

파업을 15일간 한 뒤 안양분회의 청소업체 조합원들은 업무에 복귀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업무복귀 전술을 이해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분위기가 좋아 파업을 며칠만 더 하면 타결이 될 것 같은데 접고 들어가라니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파업도 업무복귀도 노동자의 권리이며 복귀를 했다고 해서 투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김헌정의 전술이 투쟁을 처음 하는 청소업체 조합원들에게는 낯설었던 것이다.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조합원들을 설득하느라 간부들이 애를 먹었다.

10월 29일 노조는 한풀 꺾인 사용자 측과 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했다. 성일기업은 해고자 9명 전원을 11월 1일부터 원직복직 하기로 했다. 정년 만기로 해고된 원진개발 조합원은 2005년 5월 30일자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정종화 조합원의 경우에는 원진개발이 도저히 못 받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복직이 성사되지 않았다.

단협 가운데 쟁점이었던 고용안정 부분은 대행구역 조정 및 경영의 변화가 없는 한 감차·감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임금인상의 경우 타 업체 수준으로 타결이 됐다. 조합원들이 다니는 업체들은 임금이 적었다. 선별장의 여성조합원의 임금은 선별장에서 일하는 남자만큼 정액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안양 청소업체 조합원들은 정종화 조합원의 복직과 노조 탄압 중지를 요구하면서 12월 7일 시청 후문에서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이것이 경기도노조의 방식이다. 투쟁도 청소하듯이 1년 365일 하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은 공무원보다 적게 받으라는 법이 있나?

경기도노조는 2004년 임단협 투쟁의 목표를 △기본급 5.5% 인상 △근속가산금 70% △직업장려수당 월 7만원 신설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 5일제 시행 등으로 정했다.

홍희덕 위원장과 이미숙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는 집단교섭을 앞두고 철저히 준비했다. 2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체 조합원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요구안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내용을 분석해서 요구안의 초안을 짰다. 이렇게 마련된 안건은 중집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어서 노조는 교섭단을 구성했다. 교섭위원으로 현장 간부이면서 중앙집행위원들인 김영철·고현철·김주실·박희송·손행석·송양권·정연욱·조준희·황준식·황회연 조합원이 발탁됐다. 교섭대표는 김영철 부위원장이었다.

2004년 집단교섭에 임하는 교섭위원들은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노조의 요구안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상되는 사용자의 논리에 대응할 논리까지 개발해서 교섭을 준비했다. 이번 집단교섭은 김헌정이 진두지휘하지 않은 첫 번째의 교섭이었다.

집단교섭에 참가한 자치단체는 수원·고양·안양·파주·의왕·화성·용인·오산·과천·광명·포천·부천 등 12개 자치단체였다. 김포시는 집단교섭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집단교섭 결과 노사가 합의한 안으로 자신들도 임단협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3월 10일부터 교섭이 시작됐다. 사용자측은 △기본급 3% 인상 △근속가산금 동결 등의 안을 내놓고 주 5일제는 아직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3% 인상안을 계속 고집했다.

경기도노조 교섭단은 교섭에 들어갈 때마다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 교섭이 끝나면 그날의 교섭을 평가하고, 다음 교섭을 준비하며 좀 더 효과적인 작전을 궁리했다. 집단교섭이 처음으로 진행됐던 불과 2년 전만 해도 교섭위원들은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김헌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간부들은 자신의 힘으로 교섭을 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김헌정처럼 교섭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용자 측이 3% 인상안을 고수하며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자 교섭위원들은 투쟁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6월 9일부터 12일까지 간부 80여명이 행정자치부·청와대·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6월 10일 행자부 앞에서 벌인 경기도노조 집회에는 공공연맹의 공공시설환경관리분과 소속 노조 조합원들과 일반노조 조합원들이 결합했다. 이날 경기도노조는 행자부 담당 사무관을 만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6월 16일에는 전 조합원들이 총회투쟁으로 파업을 하고 여의도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에 참석했다. 22일부터는 지부별 순환파업, 7월 9일에는 하루파업 등으로 사용자 측을 압박하며 투쟁수위를 서서히 높여 갔다.

그런데 상용직 임단협의 경우에는 간부들의 열의도 높았고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의 투쟁일정을 고려해 입체적으로 진행됐으나 아쉽게도 조합원들의 투쟁열기는 높지 않았다. 집단교섭이 정착되면서 조합원들 중에는 ‘간부들이 알아서 하겠지’ 또는 ‘주 5일제야 공무원들 따라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7월 21일 하루 파업 이후 진행된 23일 10차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 △근속가산금 55% △근속연수 상한선 25년 등의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주 5일제는 2004년 7월 1일부터 2005년 6월 30일까지 격주휴무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는 변동이나 저하가 없었다. 노조의 요구였던 직업장려수당 월 7만원은 집단교섭 이후 진행된 분회별 보충협약을 통해 명목은 확정하지 않는 대신 근접한 액수의 수당을 확보했다.

경기도노조의 노력으로 환경미화원과 상용직 조합원의 임금이 인상되고 노동조건이 향상되자 반작용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게 공무원들의 반감이었다. 특히, 고양시의 젊은 공무원들이 심했다.

고양시는 2002년 청소업무를 민간위탁하기 위해 용역보고회까지 열었으나 조합원들의 저지로 중단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민간위탁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고양시는 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2001년 이후부터 환경미화원이나 상용직을 신규로 채용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1년에 10∼20명씩 정년퇴직으로 나가면 그 빈자리를 모아 차례차례 민간위탁했다.

예를 들어 공원사업소에 일하는 적정인원이 20명인데 정년퇴직으로 5명이 나가게 됐다면 선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을 공원사업소로 발령을 내고 선별장은 민간위탁시키는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고양시는 2004년 시설관리공단을 신설했다. 그러자 노조는 시설관리공단 소속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조합원으로 만들었다.

고양시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민간위탁을 실시했기 때문에 고양분회 조합원들의 평균연령과 평균근속연수는 매우 높았다. 자연히 평균임금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확인한 갓 채용된 젊은 공무원들은 ‘왜 환경미화원들이 자신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느냐’고 항의했다.

환경미화원들이 공무원들보다 월급을 적게 받아야 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들은 “4년제 대학 나오고, 어렵게 공부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됐는데 환경미화원보다 월급이 적어서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험담을 마구 해 댔다. 조합원들이 임금인상 소급분이라도 받으면 자기네들 인터넷 전용게시판에 “환경미화원들이 노조를 믿고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허위사실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심한 노릇이었다.

환경미화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양시의 경우 신도시 개발로 도로가 늘어나서 과거에 비해 환경미화원 1명이 청소하는 구역이 훨씬 늘어났다. 환경미화원 1명이 청소하는 구역이 8km나 됐다. 일산구와 덕양구가 개발되기 전인 1996년에는 2.5km였다.

노조와 교섭에 나오는 고양시 공무원들은 젊은 공무원들의 반감을 활용했다. 임금인상을 해 주고 싶어도 젊은 공무원들이 반대한다며 말을 돌리기 일쑤였다. 일말의 양심과 상식도 없는 고양의 일부 젊은 공무원들에게 화가 난 김주실 여성부장은 소리를 질렀다.

“환경미화원 월급이 그렇게 부러우면 우리 조합원들하고 자리 바꾸자! 그 책상에 조합원들이 앉고 당신들은 빗자루를 들고 거리로 나가라!”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공무원노조는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함께 경기도노조가 기다리던 우군이었다. 환경미화원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젊은 공무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김주실 여성부장은 공무원노조 고양시지부와 간담회를 마련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김헌정은 공무원들로부터 상처받은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공무원들이 노조를 하는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민주노총을 하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노동조합 선배인 우리가 도와줘야 합니다.”

공무원들보다 지식은 모자라도 지혜는 많았던 조합원들은 김헌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2006년 9월 행정자치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방침에 맞서 각 자치단체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사무실 사수투쟁을 벌일 때 시흥에서는 이상관 부위원장이 조합원들과 함께 지원투쟁에 나섰다. 이 부위원장은 “공무원은 사람 아니냐? 노조를 왜 못하게 하느냐?”고 경찰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상황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 주기도 했다. 경기도노조 조합원들도 겪은 바 있듯이 노동자의 연대란 투쟁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다.

경기도노조는 집단교섭이 타결된 뒤 개별교섭으로 들어갔다. 고양분회가 가장 많이 고생을 했는데 분회 조합원들이 합심해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각 분회별로 진행하는 개별교섭에서 자치단체들을 압박하기 위해 홍희덕 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경기도청 앞에서 7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민간위탁으로 해고자가 나온 평택분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회가 성공적으로 개별교섭을 마무리했다.

2004년에는 각 분회들이 안고 있던 해묵은 숙제들에 관해서도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복수노조 때문에 단협을 맺지 못하고 있던 성남분회는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됐고, 의정부 투쟁 때 결합하지 못했던 미래환경 청소업체 조합원들은 단협을 체결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헌정이 최초로 조직했던 동두천의 청소업체 환경미화원 19명은 경기도노조에 가입했다.

2004년 한 해 동안 조합원이 100명 늘었다. 군포에서는 한국노총 출신 김윤주 시장의 회유에 못 이겨 분회가 결국 탈퇴하고 말았지만 안양의 청소업체 환경미화원·시흥시청의 환경미화원·동두천 청소업체 환경미화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민간위탁 저지와 이를 뒷받침할 전국적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작가 박미경
<계속 이어짐>

박미경 작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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