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정당한 쟁의행위 및 육아휴직이 포함돼 있는 기간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일수는 [법정휴가일수×부여율] 방식으로 계산하고, 이때 부여율은 [실질소정근로일수/정상소정근로일수]를, 실질소정근로일수는 정상소정근로일수에서 정당한 쟁의행위 및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4629 판결)

연차유급휴가와 관련해 부여율은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 두고 있는 개념도 아니고, 동조 해석상 당연히 도출되는 개념도 아닌데 대법원은 어떻게 법 조항에도 없는 부여율이란 개념을 사용하게 됐을까.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연차유급휴가일수 산정에 있어 ‘연간소정근로일수’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평상적인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하면서도, 본래 연간소정근로일수에 포함돼 있던 정당한 쟁의행위기간이나 육아휴직기간에 대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 금지된 이상 이를 결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부여율이라는 창설적 개념을 사용한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연차유급휴가가 ‘(평상적인)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고집스럽게 집착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연차유급휴가가 80% 이상의 출근율을 달성하기만 하면 법 소정일수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기는 하나, 연차유급휴가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1년간 근로에 대한 대가인 이상 출근율 산정기간 중에 사용자가 유급으로 보상할 의무가 없는 정당한 쟁의행위기간 또는 육아휴직기간에 대해서는 평상적인 소정근로일수에 대한 비율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만 하면 문제가 없을까.

입사 3년차 직원들로 구성돼 있는 노조가 소정근로일 중 30일 동안 위법한 쟁의행위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토·일요일, 법정공휴일을 모두 쉬는 사업장인 경우 연간소정근로일수는 약 250일이고, 현행법상 직원들이 입사 3년차에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250일의 80%인 200일 이상을 출근하는 것이다. 한편 위법한 쟁의행위를 했을 경우 그 기간은 결근으로 처리되는 것이므로 직원들이 쟁의행위기간을 제외하고 모두 출근했다면 출근율은 88%[(250-30)/250×100]로, 연차유급휴가일수는 법에 따라 15일 전부가 된다. 그런데 직원들의 반대로 정당한 쟁의행위를 30일 동안 하고 그 외 소정근무일수를 모두 개근한 경우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산정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연차유급휴가일수에 부여율[(250-30)/250]을 곱해 줘야 하므로 이때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는 13.2일[15일×(250-30)/250]이 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동일한 기간이 위법한 쟁의행위기간일 경우에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15일이 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기간인 경우에는 13.2일밖에 되지 않아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오히려 연차유급휴가일수에 관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법률 제11270호, 2012. 2. 1, 일부 개정된 것, 2012. 8. 2 시행) 제60조2항에서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경우에도 연차유급휴가로서 1개월 개근시 1일의 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컨대 연간소정근로일의 70%를 위법한 쟁의행위를 한 경우에도 다음해 1개월 개근시마다 발생하는 휴가를 총 11일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정당한 쟁의행위를 한 경우 부여율에 따라 산정하게 되면 4.5일[15일×(100-70)%]이 최대치가 된다. 이 경우에도 대법원은 부여율을 고집할 것인가.

이 같은 문제는 대법원이 법률에 있지도 않은 부여율이라는 개념을 창설적으로 인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법원이 부여율 개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정당한 쟁의행위기간·육아휴직기간·그 밖에 사용자 승인으로 인한 휴직기간 모두 결근이라고 하는 것이 낫다.

현행 강행법규에 존재하지도 않는 부여율 개념을 가져오는 법원의 태도를 보자니, 통상임금에 대해 법률상 존재하지도 않는 고정성 개념을 엄격하게 고집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정리해고에 있어 사전협의 절차 요건에 대한 평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서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보, 준법투쟁에서의 ‘정상적인 업무운영’ 범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원에서 법을 말하는 것이 통하지 않으면 '버비 안통하네뜨'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역사적으로 전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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