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전국 근로개선지도과장 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고용노동부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지난 24일 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정기훈 기자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통상임금 판결과 그에 따른 해석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다. 우리나라 국민 중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정기성·일률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신의칙·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재직요건·퇴직자 일할지급은 어쩌면 외계어에 가깝다.

노사정 간 통상임금 전쟁이 불붙고 있다. 얼마 전 노동부가 내놓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 불을 질렀다.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사는 어떤 대응을 모색하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간 복잡한 방정식을 살펴봤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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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해설서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이달 23일 발표했다. 노동부는 지도지침을 들고 전국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임금·단체협상을 지도할 계획이다. 근로감독관들은 지침에 따라 “당신네 회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어긋나는 노사교섭을 하고 있으니 시정하시오”라며 ‘권고’를 하게 된다.

시정명령이 아닌 권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침이 법적 규범력을 갖지 못하는 노동부의 자체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별기업 노사는 지침에 따르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부의 권고는 강행법 그 이상의 권한을 갖는다. 개별기업 노사는 이미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맹위를 떨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복수노조 매뉴얼이 대표적이다. 법적 규범이 없는 노동부의 매뉴얼이 법보다 강하게 개별기업 노사교섭에 관여하고 재단했다.

노동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서 두 가지 대목을 강조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시점’과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에 대한 해석이다. 노동부는 왜 그랬을까.

노동부는 왜 신의칙·고정성에 집착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신의칙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노동자들의 소급분 청구를 막기 위한 장치다. 같은 판결에서 고정성은 앞으로 제기될 추가임금 소송에서 노동자의 실익을 최대한 줄이는 데 악용될 여지가 큰 조항이다.

쉽게 말해 두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건질 게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노동부 지침대로 해석했을 때 그렇다.

노동부는 신의칙의 적용시점을 ‘임금협약 만료시점’으로 해석했다.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에서 ‘이 판결 이후 합의’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며 “임금협약 만료 때까지냐, 단체협약 만료 때까지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기업들이 매년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해 온 관행에 따라 1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임협의 만료 전까지 신의칙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든 노조는 현행 임협이 만료된 뒤 새로운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낼 수 없게 됐다. 사용자들이 교섭지연 전술을 쓰면서 노동계의 소송청구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

노동부의 이 같은 해석은 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3%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10명 중 9명은 임단협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협약이 없으니, 협약의 만료시점이 있을 리 없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취업규칙에 따라 묵묵히 일해 온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회사와 협상을 벌인 일이 없으니 원칙적으로 신의칙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동부 지침대로라면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통상임금에 대한 임금청구소송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노동부는 “묵시적 합의나 관행을 따르는 기업의 경우 협약 만료일이 없기 때문에 사업장마다 정기적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경영계에 유리한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지침

지난해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정원 기준 1천240명, 현원 기준 1천60명이다. 과장과 팀장을 빼면 990여명밖에 안 된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사건만 해도 한 사람당 100건 이상을 붙들고 있는 바쁜 몸이다. 임금체불 사건뿐인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는 10여개 항목에 달하는 근로감독관의 직무가 나열돼 있다. 사업장 근로감독·신고사건 접수·처리에다 각종 인허가 및 승인, 각종신고의 접수심사, 승인·과태료 부과 등 세부업무가 줄줄이 이어진다. 2012년 8월부터는 사업장 비정규직 차별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업무가 추가됐다.

노동부는 결국 유노조 사업장을 관할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원들로 취업규칙과 기업관행의 규율을 받는 무노조 사업장 임금조정까지 지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고정성이다. 노동부는 지침에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초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봤을 때, 그 근로자가 특정 시점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또 “정기성을 충족한 정기상여금 중에서도 그 지급요건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한정할 경우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산고법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문형배)는 자동차노련 대우여객지부 조합원 46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믿어 온 노동자들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노동계의 투쟁선언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자체가 경영계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도 인정하는 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회사측 대리를 맡았던 홍준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사용자측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연혁을 보면 초기에는 상당히 좁은 범위에서 인정되던 것이, 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임금이분설이 폐기된 뒤 그 범위가 점점 확대돼 왔다”며 “통상임금의 범위가 합리적으로 제한된 이번 판결만으로도 사용자들은 많은 성과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고 순진하게 기뻐할 때, 경영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단협 집중시기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마저도 자본의 이윤보장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시작된 ‘통상임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경영계 대응시나리오 1. ‘임단협’ 편
“단협에서 통상임금 모조리 제외, 노조 불응하면 임금삭감”

 

적과 아군의 실정을 비교·검토해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의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 올해 임금·단체협상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전략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나. 지난달 18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동계에 유리한가, 경영계에 유리한가부터 따져 보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회사측 대리를 맡았던 홍준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선 및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사용자측을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 판결을 회사측에 유리하게 해석한 노동부의 지침까지 나왔다. 올해 임단협은 노동계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갈 판이다.

경영계의 발 빠른 대응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경총은 이달 9일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조영길 변호사(아이앤에스 법무법인)는 단체협약 체결 거부와 임금동결, 임금감액 등 강공책을 협상전략으로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3대 징표인 고정성·정기성·일률성이 충족되지 않도록 개별 임금항목의 지급형태나 지급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단협과 취업규칙의 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불응하면 임금동결이나 감액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조 변호사는 또 “연간 1·2회 지급되는 임금항목이 고정성 결여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 이에 대한 단협 규정의 개정을 시도하고 합의가 불가능해 보이면 단협 체결을 거부하라”고 조언했다.

개별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도록 단협 조항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기존에 노사합의로 지급했던 복리후생적 금품을 죄다 통상임금에서 빼라는 설명이다. 또 노조가 거부하면 교섭을 지연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라는 얘기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평상시 같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위법적 행태이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 지침의 영향권 안에서는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다.
 

 

 
경영계 대응시나리오 2. ‘재직요건’과 ‘정기상여금’ 편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당신의 믿음은 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은 굉장히 어려운 말들로 구성돼 있다. 짐작건대 꽤 많은 노동계 관계자들이 판결문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목만큼은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믿음을 여지없이 배신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최근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문형배)는 자동차노련 대우여객지부 조합원 46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도 똑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지부가 과거 임단협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협약에 담았던 ‘재직요건’이 지금에 와서 노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권리구제의 대상을 조합원으로 한정한 노조들은 지부와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대체 재직요건이 무엇이길래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과 연관된다는 것일까.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법조계 전문가들조차 “그동안 노동관계법을 둘러싸고 제기된 질문들 가운데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해당 질문에 대답을 구하려면 삼단논법이 필요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첫째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둘째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에 부합하려면 ‘내일 당장 퇴사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 같은 삼단논법이 논리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렇게 판단했고, 노동부가 같은 내용의 지침을 냈으며, 하급심 판결도 이를 따르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한국경총이다. 김앤장 소속 홍준호 변호사는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며 “재직요건, 즉 고정성이 결여되면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아웃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총도 회원사에 배포한 대응지침에서 “고정성 부정 지표 등은 정기상여금에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과거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신의칙'을 내세워 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을 제한하고, 미래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재직요건'을 들어 임금청구권을 가로막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노동부의 지침이 경영계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런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정치권이 노동부 지침을 ‘사용자 임금삭감 안내서’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올해 임단협에서 사용자측이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일지는 명백하다. 가급적 많은 임금항목에 재직요건을 추가하고, 과거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온 항목들도 “재직요건이 있으니 통상임금에서 빼자”고 주장할 것이다.

 

 


경영계 대응시나리오 3. ‘신의칙’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편
“노동계 ‘기업경영자료’ 못 읽으면 필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해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풀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가 이제 와서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뒤통수치지 말라”는 얘기다. 정기상여금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하라고 주장해 온 노동계를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버린 해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히 노조의 임금청구가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잠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정리해고 요건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등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빼다 박은 표현이다.

어디까지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볼 것이냐는 지금까지도 법조계의 논쟁거리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대체 어느 정도가 중대하단 말인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업의 경영사정이 어려운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투명하게 작성된 기업의 경영지표를 펼쳐 놓고 하나하나 따져 보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순순히 경영자료를 내놓을까.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질임금 증가액’과 ‘당기순이익’이라는 두 가지 경영지표에 주목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뒤 이를 전 직원에게 적용하면, 그에 따른 실질임금 증가액이 당기순이익의 99.8%에 달할 것이라는 점이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됐다.

그런데 경영지표가 실질임금 증가액과 당기순이익뿐인가. 갑을오토텍 사건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세미나에서 “기업들은 자기 기업에 유리한 지표를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앤장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20여개의 경영지표를 추출해 비교·분석했다. 김앤장 관계자는 “어떤 지표들인지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김앤장 통상임금팀 소속 회계사들이 관련 지표들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영계는 이처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노동계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경영자료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자료를 얻는다고 해도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 낼 역량이 부족하다. 개별기업 노조뿐 아니라 내셔널센터인 양대 노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운동의 위축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영향으로 총연맹 상근인력이 줄어들면서, 과거 총연맹의 주의·주장을 든든하게 떠받쳤던 조사통계 인력이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분쟁 위주의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양대 노총 법률원의 특성상, 회계인력도 두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앞둔 군인에게 총알이 없는 꼴이다.
 

 

 


“돈 가진 자 우리에게 오라”
통상임금 판결 최대 수혜자 ‘김앤장’ … 통상임금 소송만 80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통상임금의 범위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노조는 수혜자가 아닐 것이다. 통상임금에 따른 비용부담은 줄었지만 앞으로 임금·단체협상이라는 만만치 않은 여정을 앞둔 사용자들도 로또를 맞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웃는 자는 따로 있다. 현재 법원에 제기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18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80여건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수행하고 있다. 80여개 기업으로부터 경영자료를 받아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애매하고 모호할수록, 그래서 자꾸 논란이 불거질수록 로펌에게는 유리하다. 법률자문이라도 받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고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80여개라는 기업의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된 ‘재직요건’이나, 신의칙의 판단기준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김앤장이 핵심적으로 내세운 논리였다. 이것이 판결에 반영되고, 다시 노동부 지침에 반영됐다. 이를 동어반복한 하급심 판결까지 나왔다. 한마디로 ‘김앤장의, 김앤장에 의한, 김앤장을 위한’ 판결인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전문가는 “돈 있는 기업들은 김앤장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판”이라며 “통상임금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가 완전히 거꾸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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