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새 사무금융연맹의 시계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집행부 사퇴에 이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다음달 6일 치러지는 조기선거까지 잰걸음을 걷고 있다.

역설적으로 갈등은 빠르게 진정되는 듯하다. 연맹은 2012년 8월 연맹 소속 전국농협노조의 일부 지역본부가 사무금융노조에 개별가입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일부 조직은 조합비 납부를 거부했고, 연맹은 대의원대회 한 번 열지 못했다.

연맹 정상화를 바라던 이들의 눈과 귀가 이번 임원선거에 집중되는 이유다. 새로 선출된 임원이 조직을 안정화하고 1년 반 넘게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과제가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오전 연맹 임원선거에 단일후보로 나선 이윤경(51·사진) 전국축협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서울 마포구 축협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경 후보는 “왕성했던 넥타이 부대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들이 이뤘던 투쟁의 역사를 다시 만들고 복원해야 한다”며 “팔만 흔드는 8만 사무금융연맹은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안으로는 대산별노조 완성과 지역본부 건설을, 밖으로는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참여와 금융노조와의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달 16일 후보등록 뒤 일주일 정도 선거운동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지난 2년 동안 사무금융연맹이 위기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고, 대부분 갈등의 골이 깊게 파였을 거라고 염려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어려운 시기에 결심을 해 줘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 문제를 빨리 수습해서 하나 된 연맹으로, 대산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드릴 말씀도 많고, 받는 질문도 많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보람은 있다.”

"대산별 건설, 행동으로 보이겠다"

- 지난 2년간 조직분란으로 사업을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운동이 그동안 쌓인 갈등을 푸는 시기가 될 것 같다.

“연맹 27년 역사에서 단일후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행이 안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현실적인 고민이다. 현장을 다녀 보니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조직이 연맹을 걱정하고 있었다. 기대도 간절했다. 항상 ‘실력은 부족하지만 같이 함께 참여하자’고 호소한다. 현장을 발로 뛰면서 조직의 문제점과 바람을 듣고 그 문제를 공동의 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맞춰 갈 생각이다. 불신의 벽도 있는 것 같다. 산별 미전환 조직에서 나온 위원장 후보가 어떻게 산별노조를 완성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냐는 의심이다.

2년 전 연맹이 산별노조로 전환할 때 (협동조합 업종본부도) 전환결의를 했다. 기억을 많이 못하시더라. 특히 축협노조가 소산별조직으로 동일한 단체협약을 가지고 있고, 위원장이 단체교섭권과 쟁의권·징계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많이 알지 못한다. 이런 것을 설명하면 많은 분들이 대산별노조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인정해 준다. 유세가 좋은 기회가 됐다. 일단 협동조합 업종본부부터 2년 안에 산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연맹에서 산별전환 사업장과 미전환 사업장이 5대 5 비율이다. 협동조합 업종본부 1만2천 조직이 산별로 전환하면 균형의 추나 사업의 중심이 산별로 갈 수밖에 없다. 연맹이 산별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게끔 만들 것이다.”

- 공약에서 지역본부 건설을 강조했는데.

“산별조직의 골간은 지역본부다. 업종도 중요하지만 산별노조의 성공은 지역본부를 어떻게 완성하고 사업을 지역본부에서 어떻게 결합하고 사회적 문제를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맹에 들어와 있지 않은 사무직과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전국에 어마어마하게 많다. 농·축협만 해도 10만명이다. 산별노조의 목표는 노동자들의 대동단결인 만큼 그 근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위원장에 당선돼 임기를 시작하면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얘기해서 대산별 건설을 논의할 TF팀을 꾸리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TF팀에서 산별 미전환 조직이 생각하는 문제나 전환 조직의 의견을 다 꺼내 놓고, 문제점을 하나씩 털어 낼 것이다. 미전환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부는 조합비 때문일 수도 있고, 협동조합 업종본부처럼 지역본부 건설을 요구했는데 로드맵과 방향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산별전환을 중단한 곳도 있다.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생각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빨리는 못 가더라도 모두 다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다. 완성된 산별을 이루면 사회적인 의제를 연맹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공공성 무너지면 국민의 삶 무너져

- 박근혜 정부가 출범 2년차를 맞는다. 금융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MB가 747을 얘기했는데 아이러니하게 박근혜 대통령은 474를 들고나왔다. 임기 내에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득이 줄어들 게 뻔한데 어떻게 국민소득을 4만달러로 올릴 수 있겠나.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시장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무차별적으로 육성하고, 금융기관을 헐값에 매각하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350명 목표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가 200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더니 150명을 추가로 구조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경영손실 책임을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떠안고 있다. 금융공공성은 철도와 의료 민영화만큼 중요한 의제다.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금융이 무너지면 국민의 삶이 무너진다. 금융공공성을 훼손하고 노동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금융정책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대책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노조답게 투쟁할 것이다. 현재 양대 노총 공공기관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있다. 거기에 적극 결합할 것이다. 연맹 산하 조직을 보면 벌써부터 단체협약을 해지하거나 개악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의 문제인 만큼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사무직 노동자의 처우도 열악하다. 포괄임금제를 비롯한 법·제도적인 허점이 적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데.

“실태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무금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텔러부터 콜센터까지 창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순간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유연성도 같이 따라왔다. 비정규직 문제를 연맹의 이슈, 사회적 이슈로 꺼내 놓지 않으면 산별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대산별로 가려면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말고 모든 노동자를 품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포괄임금제는 싸움을 통해 막아야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고자 복직도 연맹에서 풀어야 한다.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합원들이 어디에 기대겠나. 신뢰에 관련된 문제다. 중점사업 중 하나로 추진할 생각이다.”

"비정규직 문제 협상으로 풀리지 않아"

- 중소·영세·비정규직 사업장 조직화를 공약했다.

“비정규직 사업을 하려면 사람과 재정을 배치하고 지원해야 한다. 연맹은 사무금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이 그렇게 많은데도 조직화 노력에서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활동영역이 마련되지 않았다. 현장을 조직하고, 사업을 하게끔 해 주고, 평가를 냉정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위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의지를 갖고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에 집중하고 중심을 두느냐가 핵심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맹의 문제는 현장이 잘 안다. 꾸지람도 많이 듣고 기대도 많이 듣고 있다. 참여하고 함께하는 것이 노조다.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만큼 열심히 하겠다. 소통이 부족하면 될 때까지 하겠다. 투쟁하는 기풍을 만들겠다. 연맹이 연맹답게 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많은 참여와 의견개진, 대안이 있는 비판을 바란다. 염려하지 않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돌아다녀 보니 그렇게 골이 깊은 것도 아니다. 임기 동안 대산별을 이뤄야 한다. 무게중심을 옮기지 않으면 지금의 체제가 고착화될 것이다. 산별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의 차이가 굳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면 피해는 조합원이 받는다. 연맹이 힘이 없는데, 단위 사업장 사용자들이 압력을 받겠나. 조속한 시일 내에 연맹을 정상화하고, 힘 있게 대산별로 전환하겠다. 조직이 힘을 가져야 조합원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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