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는 탄생한 지 6개월을 갓 넘긴 신설노조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분할, 설립했다. 노조를 만든 것은 그 직후다. 그해 4월에 발기인대회를 열어 노조 설립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7월에 출범식을 갖고 두 달 뒤인 9월에는 금융노조에 공식 가입했다. ‘일사천리’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영향력도 매우 빠르게 확보했다. 지난해 말에는 그 어렵다는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했다. 사무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 직군인 서비스직군과 사무직군이 일반직군으로 넘어 올 수 있게 사다리를 놓기로 합의한 상태다. 반년도 안 된 노조가 이뤄낸 일이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매각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카드는 매물로 나온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중 우리은행계열로 묶여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 본사에 만난 장경호(45) 우리카드지부 위원장은 “다른 회사보다 쉽게 노조를 설립한 느낌이 든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카드로 넘어 온 임원들이 노조를 상대한 전통도 있는 데다 노조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덕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하면 회사도 행복하다”며 “구조정이 수반되는 매각은 어떤 방식이든 반대한다”고 말했다.

- 매각작업 진행 중이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1~2차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기 때문에 큰 이슈가 없다면 그대로 진행될 것 같다. 우리은행이 지난번 지주사 해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하고 지주사를 합병하는 작업이다. 정보유출 때문에 지연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남은 우리은행 계열에 대해 3차 매각이 이뤄질 텐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은행권 간 합병은 어려울 듯하다.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이를 테면 인수의사가 있는 금융기관이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사 인수자격이 박탈된다.”

- 민영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여러 애기가 나온다. 어떤 방안이 우리카드 노동자에게 유리하다고 보나.

“지금 들리는 얘기로는 다시 은행으로 합병한다는 얘기도 있고, 카드를 분리해 판다는 얘기도 있고, 애초 계획대로 패키지 매각된다는 얘기도 있다. 어떤 형태든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이 수반된다면 어떤 형태의 매각이든 결사반대다.”

- 민영화 외에 요새 고민은 뭔가.

“지난 한 해를 복기해보면 카드사 경영에 외부의 간섭이 있었다. 말로는 자율경영·독립경영이라지만 보이진 않는 손이 있다. 경영진은 간섭을 중단하라고 얘기를 할 수 없다. 노조밖에 할 곳이 없다. 노조에서 연대투쟁하면 지주사가 가고 싶은 쪽으로만 쉽게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이다.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회의실이나 휴식공간을 확보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일하면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이 행복하면 회사도 행복하다.”

- 지부 보충협약은 마무리했나.

“대개 노조 설립 뒤 단협을 맺는데 우리는 아직 하지 않았다. 지난 20일부터 2013년 임단협을 시작했다. 단체협약도 체결해야 한다. 회사도 노조를 인정했기 때문에 단협이 없다고 문제될 것은 없었다. 노사가 합의하에 체결을 미뤄놨을 뿐이다.”

- 임단협 쟁점은 무엇인가.

“다른 노조의 단협을 참고해서 만들고 있다. 부모 의료비 지원, 사택 문제가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차장까지 조합원인데 저희는 조직이 작은 데다 민영화 이슈도 있어 최소한 부부장까지 조합원 범위에 포함할 생각이다. 통합과정에서 조합원 범위에 들어와야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 단협에 언어폭력이나 인격모독에 대한 처벌기준을 넣어 상사의 부당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 비정규직은 없나.

“비정규직은 지난해 4분기 노사협의회하면서 직군전환에 합의했다. 사무계약직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올해 추진하고, 파견도 직무를 나눠서 꼭 필요하거나 보안유지 관련 직무는 점차 사무계약직으로 전환시켜 무기계약직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순차적으로 하려고 한다. 파견이 문제인데 현재 파견 680명 중 120명 정도를 사무계약직 전환 대상자로 보고 있다. 아직 회사와 합의한 것은 아니다. 콜센터나 채권상담 등 상담인력이 많다보니까 전환인원이 많지 않다. 같은 정규직이라도 직군으로 나뉘는데 선별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할 생각이다. 회사와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해가 시행되는 원년이다.”

- 우리카드는 고객정보유출 문제가 없었다.

“운이 좋았다. 국민·롯데가 잘못했다기보다 10명의 경찰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고 한다. 개발자가 악의적으로 가져가겠다고 마음먹고 덤볐는데 어떻게 막겠나. 우리도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카드사처럼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분사 이슈 때문에 하지 못했다. 만약 개발에 들어갔다면 우리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우리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경영진들은 이익에 도움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보안에 대한 인식은 없다. 시설이나 인력투자에 소극적이다. 우리가 잘해서 빠진 것이 아니다.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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