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얼마 전 지역 방송으로부터 권력형 집단 따돌림에 대한 취재요청을 받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왕따는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이 집단을 꾸려 생활하는 곳에선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직장 내 따돌림의 경우 피해자가 일반적으로 고백하지 않아 부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성인들의 왕따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피해자가 그 사실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어 내버려 두면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 또한 더욱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장인 2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바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따돌림 △부당한 비판 △타당성 없는 비난 △다른 동료들과 차별적 처우 △욕하기 △소리 지르거나 창피 주기 △과도한 업무 모니터링 등으로 조직원이 아니고서는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고 따돌리는 행위를 상사(59.6%)가 가장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따돌림은 실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따돌림의 경우가 더욱 심각한데, 그 이유는 상사가 특정 직원을 찍어서 괴롭힐 경우 주변 동료들의 감정과 의지, 판단은 이에 동의하지 않아도 자신도 고용돼 있는 사정 속에서 권력의 힘에 의해 자신의 지위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그 직원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가 가해자가 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직장 내 최고 권력자에 의한 따돌림인데 사용자한테 찍히면 사내에서 해결이 어려워 찍힌 노동자 대부분은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반적으로 동료직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작은 실수들이 누적돼 해고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이 과정에서 정신질환이 발생되기도 한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제공받아 생활하고, 직장은 하루 24시간 중 적어도 8시간 이상 함께 일하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통상적인 수면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하루일과 중 약 3분의 2를 보내야 하는 구조다. 노동력의 제공은 인격권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으며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법의 수정원리로서 노동법이 만들어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자는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동안에는 어렵겠지만 중·단기 계획을 세워 교묘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꼬투리를 잡아 이를 채증해 법률적으로도 정당한 징계를 한 것으로 만들거나 계속되는 괴롭힘을 통해 스스로 지쳐 직장을 포기하게끔 만들 수 있다.

본인은 노무사 생활 10여년을 하면서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들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대표적인 네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A사업장에서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배치전환·징계·부당노동행위 등을 했고 법률적으로도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 복직했음에도 이들 노동자들을 왕따시키고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라 평소 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동료 노동자들까지 감시하고 괴롭혀 해당 노동자들은 도저히 이를 견디지 못해 사직서를 냈다. 이들 중 1명은 이러한 과정에서 불면과 우울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산재승인을 받기도 했다. B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과정에서 낙선한 상대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심을 받았고 이를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주요간부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꼬투리 잡기로 인해 해고됐고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게 됐으나 병의 치료과정에서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제척기간인 3개월을 초과한 후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기에 부당해고는 각하판단을 받았으나 이후 우울증에 대한 산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한 C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영선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세력이 반대세력이 돼 일부 직원과 결탁해 아파트하자보수공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꼬투리 잡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생돼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나 결국 우울증이 악화돼 자살까지 하는 경우가 발생해 업무상질병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 사례의 케이스는 D농협의 과장직원이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상대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심을 받은 후 당선된 조합장의 눈 밖에 나게 돼 보직이 해임되고 일반사원의 업무가 부여됐고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장의 주도로 왕따를 시켰고 결국 업무상 꼬투리를 잡기 위해 마트로 배치전환을 시킨 후 재고관리소홀을 이유로 해고시켰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의 판단을 받고 복귀했으나 계속해서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대기발령을 시키는 문제들이 누적된 건이었다.

이처럼 직장 내 권력형 괴롭힘은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회사의 업무 효율성도 떨어뜨리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007년 7월 이행강제금제도 도입과 함께 폐지됐던 부당해고 및 징계, 배치전환에 대해 악의적인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부활과 배치전환의 업무상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접근과 판단 강화, 유럽연합과 호주와 같이 직장 내 따돌림과 관련된 법적규제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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