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문익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 중에서)

지난 17일 저녁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 고 문익환 목사의 시와 폐쇄된 개성공단, 종북세력 규탄집회,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현장 영상이 함께 흘러나왔다. 1994년 타계한 늦봄 문익환 목사의 20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예배였다. 그러나 기도는 추모에만 그치지 않았다.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문 목사의 열정을 이어받아 함께 행동하자는 내용의 기도를 올렸다. 함세웅 신부와 청화스님·김상근 목사는 이들에게 정의와 평화, 통일을 상징하는 장미꽃을 하나씩 나눠 줬다. 청화스님은 "박근혜 정부는 민주를 비민주로, 소통을 불통으로, 법과 원칙을 권력자의 호신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이 시대의 평화를 찾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 상황에서 문 목사는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목사는 "우리의 과제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평화정신을 펼치고 통일을 앞당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통일맞이 등 11개 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늦봄 문익환 목사 20주기 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추모예배를 시작으로 문 목사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다시금 강조하고 침체된 민간통일운동의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기념사업위는 18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및 박근혜 정부의 수사방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와 함께 ‘늦봄 문익환 목사 20주기 추모 관권부정선거규탄·민주회복 평화실현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중가수 김원중·류금신씨, 노래모임 꽃다지, 노래를찾는사람들 등 과거 문 목사의 노제공연에 함께한 특별한 기억을 가진 예술인들이 출연했다.

기념사업위는 3월1일에는 3·1 민주구국선언 38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1976년 박정희 정권의 반민주성을 비판하는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한 문 목사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법원은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4월2일에는 새로운 통일운동의 진로를 모색하는 국민대토론회를 연다. 문 목사 방북 후 발표된 최초의 남북 공동 정치협상 선언문인 4·2 공동성명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6월부터는 '8천만 겨레 통일맞이 운동선포식'을 연다. 통일기행·청년학생 통일프로젝트 공모전도 진행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