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동조합총연맹 본부 앞에 경찰이 또 빈틈없었다. 망치로 문 부수고 들어가 헤집던 기개는 꺾이지 않았다. 기세가 되레 높아 여기가 경찰국가냐는 한탄식이 그 길에 잦다. 자진출두 하겠다고 온데 알렸지만, 그 꼴은 못보겠다며 달려드는 통에 그 문 앞이 또 한 번 난리통, 대치가 길었다. 그늘 짙었다. 바람이 그 길에 세찼다. 그러나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눌 여유 따위 거기 없었다. 옜다, 먹고 떨어지라던 누군가의 커피 인심은 그래서 풍자다. 따뜻한 물과 잔은 '손수'였다니 더욱 그렇다. 유쾌하게 비꼬지만 풍자는 끝내 쓰디쓴 현실을 품는다. 언젠가 짓밟히고 빼앗긴 건 커피가 아니었다.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것이 저 혼합커피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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