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0일 판결이 있었다. ‘콜텍 해고근로자들, 복직소송 파기환송심서 패소’라고 제목이 달린 뉴스 기사를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던 중에 스마트폰으로 읽었다.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리해고 당시 대전공장의 계속적 손실이 회사 전체의 경영악화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향후 개선될 가망이 없었다고 보인다"며 "대전공장 폐쇄결정은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존중돼야 한다"고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콜텍 해고자들, 그리고 소송을 대리해 왔던 김 변호사의 모습이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콜텍 해고자들은 2007년에 정리해고 뒤 7년을 소송과 시위 등으로 복직투쟁을 해 왔다. 역시 해고투쟁을 해 온 콜트악기와는 대전공장과 인천부평공장으로 법인을 달리해서 운영해 왔지만 모두 박아무개 회장이 소유한 회사들이다. 기타를 제조하는 사업장이다. 중국·인도네시아 등 해외공장을 설립하고서 국내공장 생산물량을 줄였다. 회사는 전체적으로 흑자로 경영사정은 양호했다. 공장은 달랐다. 국내공장보단 해외공장이 인건비가 낮으니 생산비가 저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회사의 경영사정은 국내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은 해외공장이 하고 연구개발 관리만 국내에서 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였다. 당연히 그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장차 닥쳐올 수도 있는 회사의 경영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 있었다. 그래서 사용자는 앞으로 기타 생산은 국내공장을 운영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해서 설립한 해외공장에서 하겠다고 경영방침을 정해서 국내공장을 폐쇄하고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이런 정리해고에 관해서 우리의 법원은 1심은 정당한 해고로 판결했으나 2심 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한 해고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다고 한 2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해서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정당한 정리해고라고 위와 같이 판결했던 것이다. 지난 가을 대법원 통상임금 공개변론사건에 관한 준비를 위해 사무실에서 만났던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회계감정신청을 받아줘 그 감정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내게 말했다. 콜텍의 정리해고 사건을 이상과 같이 알고 있는 나는 뉴스기사로 보도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이렇게 읽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정리해고 당시 국내공장의 계속적 손실이 회사 전체의 경영악화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향후 국내공장이 해외공장보다 낮은 생산비로 개선될 가망이 없었다고 보인다"며 "국내공장 폐쇄결정은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인건비 낮은 해외공장의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서 국내공장을 폐쇄한 사용자의 정리해고는 존중돼야 한다"고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것이 이번에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의 의미였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고용에 관한 권리다툼에 대해서 법원은 기업의 경영사정을 내세워 사용자의 권리가 앞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용자의 기업의 경영에 관한 권한이 노동자의 고용에 관한 권리보다 우선이라고 판결했다.

2. 지난해 12월18일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대법정에서 나는 대법원장이 선고하고 있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었다. 대법원은 일정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이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에 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했던 경우 그 이후 근로자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그 근로자의 추가 임금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판결) 대법원은 “건전한 재정은 기업에 있어 생명줄과도 같다. 재정의 악화는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심화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임금은 기업의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다. … 사용자에게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한다면, 근로자측은 한편으로는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서로 양해한 전제나 기초 아래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감안해 결정된 임금을 모두 지급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전제나 기초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넘는 추가적인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반면에 사용자측은 노사합의를 신뢰해 이를 기초로 수지 균형을 맞추며 기업을 경영해 오다가 예측하지 못했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판결이유를 판결문에 썼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임금에 관한 권리다툼에서 대법원은 기업의 경영사정 내지 기업의 존립을 내세워 사용자편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기업의 경영사정 내지 존립 앞에서는 노동자의 임금에 관한 권리가 앞설 수 없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판결했다.

3. 오래전에 판결이 있었다. 정리해고나 회사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와 관련한 단체교섭·쟁의행위에 관한 사건에서였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판례검색을 해 보면 수많은 판결을 보게 된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쟁의행위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02.02.26 선고 99도5380 판결) 심지어 “사용자가 경영권의 본질에 속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관해 노동조합과 ‘합의’해 시행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이 있는 경우, 그 조항 하나만을 주목해 쉽게 사용자의 경영권의 일부 포기나 중대한 제한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합의’라도 협의의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2.02.26. 선고 99도5380 판결)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사건도 같은 판결을 했다.(대법원 2011.01.27. 선고 2010도11030 판결) 이에 관해 대법원은 그 판결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경영권과 노동 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돼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추상적인 이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시대의 현실을 잘 살펴 그 현실에 적합한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 서서 오늘의 우리나라가 처하고 있는 경제현실과 오늘의 우리나라 노동쟁의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참작하면,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옳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대법원 2003.07.22. 선고 2002도7225 판결) 구조조정에 관한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단체교섭·쟁의행위, 그리고 단체협약 효력 등 노동기본권 행사에 관한 권한 다툼에서 기업 내지 기업경영을 내세워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이 우선하는 것이라고 편파적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업의 경영 앞에서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행사는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4. 사용자와 노동자는 법 앞에서 평등한데, 기업을 걱정하는 법원 앞에서는 평등하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평등권을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는데(제11조) 대한민국 법원은 기업 아래에 노동자권리가 있는 것이 법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의 판사들은 사용자도 노동자도 법 앞에서 평등한 국민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 아래 노동자가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 노동자를 정리해고해도 기업 경영사정의 개선을 위해서라면 정당하고, 노동자가 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포함해서 추가 임금을 청구해도 기업의 경영 내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면 신의칙에 반하며, 노동자의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노동기본권 행사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실시 등 기업 경영권 앞에서는 정당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수많은 사건에서 노동자권리는 기업의 존립과 경영사정을 고려해 줘야 하는 소심한 권리에 불과하다고 판결해 왔다. 사용자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는 기업 앞에만 서면 보잘 것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노동법에서 기업은 사업(장)이다. 그건 회사가 아니면 개인사업자다. 오늘 기업은 대부분 회사로 존재하고 있다. 노동자는 그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법은 사업주, 즉 회사가 사용자라고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2조1항2호). 기업이 사용자인 세상에 노동자는 살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그와 법적으로 별개로 혹은 그 둘을 포함해서 기업이라는 법적 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기업이고, 기업이 사용자인 세상에서 법원은 판결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과 노동자는 결코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 법은 기업이 노동자의 권리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 기업 앞에서는 고용·임금 등 노동자의 권리도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노동기본권 행사도 작아져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러니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사용자는 이렇게 항변하기만 하면 된다. 노동자권리를 인정해 주면 기업이 망한다. 실제로 정리해고사건에서, 통상임금사건에서, 파업사건에서 사용자 대리인은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면 대한민국 법원은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고 판결 이유를 쓰고서 노동자권리를 기각하고 각하해 준다. 이 법원의 판결의 의미를 노동자는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어렵지 않다. 기업을 사용자로 바꿔서 판결문을 읽기만 하면 된다. 노동법을 기업의 법으로 바꿔서 판결하는 대한민국 판사의 선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