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획팀장

노동조합의 힘은 노동 3권에서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단체로 행동할 때 오롯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노동조합이라니.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볼 시간이 있으면 노동자나 조합원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지 컴퓨터를 할 시간이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은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행동권을 ‘오프라인’에서만 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정치여론 동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온라인의 힘에 주목했다. 2008년 촛불과 이후 선거 과정에서 SNS의 힘에 주목해 왔고, 대기업에서도 위기관리를 위해 온라인팀을 따로 운용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보통의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거리로 나가서 의견을 듣는 것보다 이슈에 대해 댓글을 인용한 언론기사도 늘고 있다. 한 보수사이트의 영향력을 분석할 때 접속자수의 증감을 따져 보게 되고, 한 이슈에 대해 온라인 반응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노동조합도 이미 다양한 온라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자료나 커뮤니티 기능의 홈페이지나 조합원 카페를 운용하고 있고, 각종 SNS를 통해 노동조합의 주장과 이슈를 알리고 있다. 과거 관련업체에 항의전화를 하는 방식에서 업체 게시판에 ‘도배’를 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주기도 한다. 노조의 총회나 집회는 이제 인쇄된 포스터보다 SNS 공지나 웹자보를 통해 더욱 많이 전파되고 도달된다. 각종 설문조사나 서명도 직접 손으로 쓰인 것보다 온라인과 단체채팅방을 통해 유입되는 수가 더 많다. 이와 관련해 청년유니온은 2010년, 피자배달 청년의 사망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트위터 시위로 기업을 압박한 적도 있다.

청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여론을 파악하고 연락을 취하기 위해 온라인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최근 청년들이 많이 종사하는 한 직종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모임을 만들기 위해 해당 직종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는 것과 함께 병행한 것이 바로 온라인모임 카페에 가입해 ‘등업’을 하는 작업이었다. ‘등업’을 해야만 게시글을 볼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카페 중에서 어디가 주요한 거점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무척 중요했다.

큰 사업장 안에서 함께 출근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수다도 떨고 운동도 같이 할 수 있는 현장이라면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을 하기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노동현장은 기존에 조직화된 노동조합의 그것과 달리 작은 사업장에 흩어져 있고, 지역별·업종별로 노동조건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건에 대해 토로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플랫폼으로 온라인이라는 수단이 사용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꼭 ‘정모’와 같은 방식의 오프라인 모임이 아니더라도 이미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노동조합은 가능한가. 온라인은 여전히 접근성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 또한 온라인의 의견이나 모임들이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가볍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조합의 힘 있는 활동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파업을 하고 쟁의를 하는 노동조합의 조직된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온라인의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아직 한계점도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온라인 모임들이 오프라인으로 세력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왜 노동조합은 온라인에 대한 상상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반문이 들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만날 자원이 부족한 노동조합에서는 온라인에 대해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노동조합 설립신고도 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의견으로 모아 지속적으로 항의와 압박을 하는 온라인 노동조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온라인도 소통 방식의 일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일이니까. 결국 사람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의 문제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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