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희 기자

지난달 11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ING생명보험에 인수 당시 돌던 긴장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달 9일 MBK가 신임 사장에 정문국 ACE생명 사장을 내정하면서부터다. 정 내정자는 금융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각인된 인물이다. 2008년 알리안츠생명노조의 235일 파업 당시 사장으로 노조와 대립했고 파업 와중에 용역직원을 투입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을 샀다. 해당 파업은 최근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에 의해 기록이 갱신되기 전까지 금융권 파업 사상 최장기간으로 기록됐다.

정 내정자는 84년 제일생명보험에 입사해 비서실장을 거쳐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저와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 AIG생명 상무를 지냈다. 그러다 알리안츠생명 부사장으로 2004년 영입돼 2007년 2월부터 6년간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지냈다. 마지막 이력은 ACE생명 사장으로, 이번 ING생명 사장 내정에 따라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이직하게 됐다.

이명호(44·사진) 사무금융노조 ING생명지부장은 정 내정자를 “구조조정 전문가이자 무책임 경영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부장은 “정 내정자에 대한 평판이나 정보를 듣고 있다”며 “내정을 철회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못 박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ING생명 본사에서 이 지부장을 만났다.

- 신임 사장이 내정된 뒤 반대성명을 냈는데.

“정문국 사장 내정자는 지난해 7월1일 ACE생명 사장에 취임할 때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가 반대했던 인물이다. 사무금융연맹 소속인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노조까지 위원장들이 연서명해서 반대했지만 결국 취임했다. 2008년 알리안츠생명노조 파업 당시 사장으로 재임했던 사람이고 용역깡패로 노조를 탄압했던 사람이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냈지만 노조를 고소·고발해서 제종규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6개월 동안 ACE생명 경영을 했는데, ING생명에 들어오려고 공모에 응한 것을 감안하면 사장에 취임한 지 3~4개월 만에 이력서를 제출한 것이다. 매우 무책임한 사람이다. MBK에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대주주는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대주주를 만날 수밖에 없다.”

- 정문국 내정자의 비전을 들어본 적이 있나.

“없다. 대주주에게는 얘기했겠지만 공개하지 않는다. 사실 정문국 사장과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ACE생명 노사 실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로 대각선교섭에 참여했다. 새로 부임했을 때였는데 노조에 대해서는 옳은 말만 했다. 앞에서는 그럴지 모르나 뒤에서는 암묵적인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들어보니 교섭할 당시 인사담당 전무도, 본부장도 퇴직했다. ACE생명 노무라인이 없어진 거다. 자진사퇴라고 얘기하지만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사람들, 교섭할 때만 해도 나갈 생각이 없었다.”

- 일각에서는 알리안츠생명에서 노조를 대하는 모습 때문에 뽑혔다는 시각도 있다.

“그게 걱정이다. 지금 ING생명에는 영업력이 필요한데 정문국 사장의 경력을 보면 영업과는 거리가 멀다. AIG생명에서 방카슈랑스 업무를 맡았던 것이 그의 긴 이력에서 영업을 했던 유일한 시기다. 우리가 말하는 영업통이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관리를 하면서 리스크 헤지를 하는 관리자적인 능력을 보인 적도 없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면 노조와 부딪혀 가며 구조조정을 한 적은 없는데 알아서 나가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ACE생명에서도 단기간에 임원과 부서장 20여명이 나갔다고 한다. 조용하게 많은 사람들을 내쫓는 방법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은 아니라지만 구조조정 전문가로 보인다.”

-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아직 취임시기가 특정되지 않았다. 지부 내부일정을 감안하면 15일 이후 투쟁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날 서울지역 확대운영위원회를 열 생각이다. 그 전에 업계 노조의 지지성명을 받고,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을 통해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대주주가 MBK 하나이기 때문에 이사회를 통해 막을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대주주를 압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대주주도 정문국 사장을 선택하면서 우리가 반대하는 부분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장 내정을 철회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겠지만 힘 대 힘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