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오는 22일 임원선출을 위한 선거인대회를 연다. <매일노동뉴스>가 임원선거에 출마한 김동만·김주익·문진국·이인상(기호 순) 위원장 후보로부터 한국노총에 대한 진단과 노동현안 해법, 대정부 관계에 대한 구상, 정치방침, 임금·근로시간 패키지 딜 제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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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상·서재수 선거대책본부


기호 4번 이인상(54·사진) 위원장 후보는 "노동운동의 기본원칙인 자주성·민주성·현장성을 되살려 내지 않는 한 한국노총은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반노동 공세에 맞서 권력에 굴복하거나 조합원을 배신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집행부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고 밝혔다.

물론 그는 "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화와 교섭으로 노동현안을 풀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대화하자고 요구하되, 정부가 현재처럼 반노동 공세를 계속할 경우 총파업을 비롯한 양대 노총의 투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번 선거가 개인적으로나 한국노총에 어떤 의미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그간 지켜 온 노동운동의 원칙과 소신을 한국노총의 개혁과 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조합원들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을 속 시원하게 대변하고 자신들과 함께해 줄 집행부를 원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열망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가 되고 싶다. 또한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의 철저한 반노동 공세에 맞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조합원을 배신하지 않으며 싸울 수 있는 집행부를 선택하는 선거다. 조합원뿐 아니라 1천800만 노동자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가 될 것이다."

- 서재수 사무총장 후보와 동반출마한 이유는.

"서재수 사무총장 후보는 르네상스서울호텔 소속의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이다. 한국노총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7개 산별연맹(공공연맹·관광서비스노련·금융산업노조·금속노련·화학노련·해상노련·IT서비스연맹) 위원장들의 모임인 개혁연대 간사를 맡고 있다. 개혁연대는 1년 전부터 이번 선거에 임원 후보를 출마시키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말 개혁연대의 대표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에서 사무총장 후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막판에 사무총장 후보로 나서기로 결단해 줬다. 참으로 고마운 결정이다."

- 평소 한국노총이 위기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 공세가 엄청나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대중운동의 원칙과 기본을 상실했다. 현장 조합원은 물론 국민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고 불신받고 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조합원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노동운동의 기본원칙인 자주성·민주성·현장성을 되살리지 않는 한 한국노총은 미래가 없다."

- 노조법 개정을 공약했다. 구체적인 방법과 로드맵은.

"그동안 방법과 로드맵을 몰라서 노조법 개정을 하지 못한 게 아니다. 국회에 이미 노조법 전면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로 교섭력과 투쟁력을 강화하면서 노조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 세상의 변화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지 않나."

-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한국노총 정치방침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6월 지방선거는 한국노총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뜻과 결의를 묻는 절차를 충실하게 밟겠다. 지난 대선 시기에 민주당과의 정책통합 문제로 한국노총 전체가 격심한 갈등과 내홍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죽도 밥도 아닌 상태다. 이걸 먼저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임원선거 이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와 관련한 조직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겠다. 6월 지방선거 방침을 결정하도록 집행부 안을 준비하겠다. 첫째는 6월 지방선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으로 삼을 것인가 여부이고, 둘째는 한국노총 출신 출마자들을 극대화하면서 어떻게 조직적으로 도와줄 것인지 여부다."

- 민주노총 경찰 난입사태로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위원장이 당선되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진심을 다해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호소할 것이다. 투쟁 자체가 목적도 아니고 능사가 아니다. 대화와 교섭으로 풀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지금처럼 반노동 공세를 계속한다면 투쟁을 피할 수가 없다. 그냥 앉아 있다가는 죽을 판이지 않나. 그럴 경우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진영 전체와 손잡고 총파업까지 준비하며 전면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 노조법 개악 당시 집행부처럼 권력에 굴복하거나 조합원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노총의 대정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또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을 주장하고 있는데.

"교섭 없는 투쟁도 잘못된 전략이지만 투쟁 없는 교섭은 구걸에 불과하다. 한국노총의 대정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원칙하에 내부 투쟁역량 결집에 집중하면서 범노동진영과의 공조·연대를 강화하겠다.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기구는 무용하지는 않지만 무력하다. 확대·강화·재편이 불가피하다. 현재 헌법상 기구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있는데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법을 대폭 개정해 헌법에 근거한 보다 강력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당선 이후 조직적 논의에 착수하겠다."

- 산별노조 건설을 공약했다. 한국노총에서 산별노조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와 해결책은.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 소속이다. 거기서 정부산하기관 최초로 소산별노조인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부유관기관노조도 만들어졌다. 한국노총에서 산별노조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노조 지도부가 강력한 사명감과 의지를 갖고 예산과 인원 등 역량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만들 때도 정부가 엄청난 방해를 했지만 이를 뚫고 나갔다. 위원장에 당선되면 예산과 인원을 확충해서 산별전환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겠다."

-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최근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 임금체계 개편 등 서로 얽혀 있는 의제들에 대한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통상임금이나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매우 중대한 현안이면서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협상의 한 방식으로 패키지 딜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협상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 공세가 계속되고 노사정위원장이 노동탄압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나. 정권의 태도 변화와 노사정위 재편이 우선돼야 한다."

- 범노동운동 진영의 상시적 논의기구 설립을 공약했는데.

"투쟁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양대 노총을 축으로 한 노동운동 진영의 공조와 연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난 시기 양대 노총은 협력하고 연대한 경험보다는 경쟁하며 분열했던 경험이 더 많았다. 낮은 수준이라도 상시적인 논의기구를 만들어 경쟁과 분열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협력과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양대 노총 조직 가운데 공공연맹을 포함한 공공부문만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적인 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양대 노총 차원으로 확대할 것이다."

 

"타협할 줄 모른다고요? 노동운동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87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입사한 이인상 위원장 후보는 2005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노조위원장을 연임한 뒤 노동부출연기관노조협의회 의장·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공공연맹 위원장이다.

"고집이 세며 타협할 줄 모른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이 같은 성격이 인간관계에서 벽이 됐을진 몰라도, 지난 시기 노조법 개악투쟁 등에서 자신이 세운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고 싸우는 데 버팀목이 됐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그는 "권력에 굴복하지 말자. 조합원을 배신하지 말자"를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가 스스로 내디딘 발걸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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