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오는 22일 임원선출을 위한 선거인대회를 연다. <매일노동뉴스>가 임원선거에 출마한 김동만·김주익·문진국·이인상(기호 순) 위원장 후보로부터 한국노총에 대한 진단과 노동현안 해법, 대정부 관계에 대한 구상, 정치방침, 임금·근로시간 패키지 딜 제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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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 기자


현직 한국노총 위원장인 기호 3번 문진국(64·사진) 위원장 후보는 “1년4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내부갈등으로 분열된 조직을 추스르고 노정관계를 복원하는 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다시 출사표를 던진 배경이다.

문 후보는 “정권과 자본에 편향된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임금손실 없는 실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을 의제로 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산과 인력 등 가용자원을 신규사업장 조직화에 집중해 임기 내 1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임원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택시노동자로 평생을 열악한 운수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돼 1년4개월간 분열된 조직의 통합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노동운동과 한국노총의 발전을 위해 다시 한 번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출마하게 됐다.

민주노총 경찰 난입사태에서 나타나듯 박근혜 정권의 노동계 죽이기가 극에 달했다. 단결된 힘으로 반노동자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 이번 선거에서 강력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안녕하지 못한 시대에 노동자 서민의 안녕한 삶을 복원하는 데 한국노총이 선두에서 투쟁해야 할 의무가 있다.”

- 현직 한국노총 위원장이다. 다른 후보들로부터 '위기 책임론'이 제기된다.

“다른 후보들이 문진국 집행부가 지난 1년간 뭘 했냐고 비판한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1년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내부갈등으로 분열된 조직을 추스르고 노정관계를 복원하는 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타임오프 제도를 보완하고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문제를 해결했다. 정년 60세를 입법화했고, KT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조합원을 5만명 이상 확대하는 성과가 있었다.

당면한 한국노총의 과제는 현장성을 회복하고 투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장순회를 수시로 진행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 사업장 대표자회의를 활성화하고,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화와 노동·시민·사회세력과 강력한 연대체계를 구축하겠다.”

- 노조법 개정을 공약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타임오프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노사자율에 의한 전임자급여 지원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역시 폐기하거나 대폭 보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노조의 교섭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단 구성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조합원 비율대로 교섭단을 구성하는 비례대표제 방식을 검토해 볼 만하다.”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방침으로 심각한 혼란과 분열을 겪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처들이 혹시라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조직의 분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오직 한국노총과 노동운동만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올해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은 정치정세를 철저히 분석하고, 노동운동을 중심에 두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장 의견을 수렴해 공식 의결기구에서 방향을 결정하겠다.”

- 민주노총 경찰 난입사태로 노사정 대화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는 경찰 투입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 양대 노총은 조직적으로는 경쟁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연대를 원칙으로 해 왔다. 그런데 2009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 이후 상당 기간 연대의 맥이 끊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경찰력 남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연대투쟁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통상임금과 정년연장·근로시간 등의 의제를 묶어 논의하자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는데.

“먼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적 지지를 받은 철도파업과 민주주의 후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민주노총 경찰 난입사태에 대해 김대환 위원장은 노동자와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자는 것도 우려스럽다. 정부와 사용자측은 성과급과 연봉제 같은 경쟁적 임금체계를 도입해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한다. 정년연장을 빌미로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마저 나타나고 있다. 임금삭감 중심의 사용자 편향적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애초에 사회적 대화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금 필요한 논의는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 임금소득 저하를 방지하는 것이다.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친정부 중심의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선임해 모든 논의를 정부와 자본 편향적으로 유도하는 노사정위는 있을 필요가 없다. 노동계가 마치 정부 정책의 들러리 역할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균형 잡힌 사회적 합의를 기대할 수 있겠나. 노사정위는 위원장과 공익위원을 선출하는 과정부터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균형 잡힌 사회통합적 협의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옳다. 정부에 예속된 노동위원회는 제도적으로 완전한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임기 중 조직을 확대할 방안이 있나.

“양대 노총을 합쳐도 조직률이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하다. 신규조직 사업을 수행하는 별도의 부서를 설치할 것이다. 해당 부서를 중심으로 지역본부와 지역지부, 지역노동상담소를 연결하는 조직사업 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 예산과 인력 등 가용자원을 집중해 임기 내 최소한 1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

특히 지역본부와 지역지부가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와 비정규직 조직화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와 함께 청년·이주노동자·은퇴 고령노동자를 대상으로 준조합원 제도를 도입해 노동운동의 저변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화려한 말솜씨 없지만 경청하는 재주와 뚝심 있다”

문진국 위원장 후보에 대해 항간에서는 말도 잘 못하고 투쟁력도 약하다고 비판한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입에 발린 미사여구나 선동연설 같은 것을 못한다는 것도, 시도 때도 없이 강력투쟁이나 총파업 같은 말을 잘 쓰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화려한 말솜씨와 그럴싸한 선동구호 대신 문 후보는 경청하는 재주와 조직적 결정을 끝까지 지키는 뚝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는 것을 스스로의 단점으로 꼽았다. 개인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피해를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그러나 “사람을 믿어서 해가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사람들과의 경쟁보다는 함께 가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87년 금구상운노조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택시노련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9월 보궐선거에서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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